1~2인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17일 한 소비자가 HMR 상품을 카트에 담고 있다. 이마트 제공
1~2인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17일 한 소비자가 HMR 상품을 카트에 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최근 전 점포에 ‘피코크’라는 이름의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전용 코너를 설치했다. HMR은 미리 가공한 식재료를 간단한 조리를 거쳐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한 상품으로, 이마트의 피코크 코너에선 된장찌개 설렁탕 육개장 파스타 등 300여가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마트는 HMR 매대를 늘린 만큼 라면 통조림 등 기존 가공식품 판매 공간은 줄였다.

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먹거리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HMR이 빵 라면 시리얼 카레 선식 등 기존 식사 대용식의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먹거리 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 '블랙홀' 가정간편食, 라면 넘봐
롯데마트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HMR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1.8% 증가했다. 국밥 매출이 120.1% 급증했고 비빔밥(65.8%)과 탕·찌개(20.9%)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HMR 매출이 7.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HMR 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3000억원에서 올해 1조7000억원으로 3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2조원대 초반인 라면 시장을 1~2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다.

반면 HMR 매출이 급증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식품이 적지 않다. 이마트에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라면과 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7.3%와 2.6% 감소했다. 아침 대용식 중 하나인 두유 매출도 19.8% 급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라면(-7.4%)과 시리얼(-12.2%), 분말카레(-15.3%), 선식(-21.4%)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HMR의 가장 큰 장점은 밥, 국, 찌개 등 ‘집밥’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씻어서 손질한 채소, 고기와 국물을 낼 수 있는 육수를 냄비에 넣어 끓이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우기만 하면 된다.

맛도 재료를 일일이 사서 요리할 때와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6일 선보인 ‘대구 송림동태탕’ HMR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부 패널 60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참가자의 90%가 식당에서 만든 동태탕과 HMR로 만든 동태탕 사이에 맛의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종류도 국과 찌개뿐만 아니라 곰탕 삼계탕 등 탕류, 떡볶이 등 간식, 파스타 등 서양 요리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1~2인가구가 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것을 HMR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HMR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20~40대 남성이 54.2%를 차지했다.

오민국 세븐일레븐 신선식품팀장은 “혼자 사는 남성들이 퇴근 후 집 근처 편의점에서 HMR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