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14년차 경찰관 사법시험 '수석'
“경찰 실무를 하면서 법률 지식이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56회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한 김신호 부산진경찰서 경제팀 경위(35·사진)는 “얼떨떨하다”는 소감과 함께 사시 응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경찰대 18기인 그는 2001년부터 실무를 시작한 14년차 경관이다. 생활질서계, 교통과 등을 두루 거치며 느꼈던 법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사시를 준비하게 된 원동력이다.

김 경위는 “교통조사 업무를 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보험사 등을 상대하며 법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실무를 하면서 법조문을 들여다보고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퇴근 후 매일 밤 1시까지 공부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시간 전까지 책을 보는 강행군을 4년 동안 해왔다. 2차 시험에서 세 번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올해 네 번 만에 합격했다.

3년 전 첫 2차 시험을 치르던 전날 아내가 갑작스럽게 조산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공부를 포기할 뻔하기도 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짓 한다’는 오해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울 때마다 “고시에 합격해 현장 경찰의 능력이 이렇게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팀원의 지지와 가족의 따뜻한 응원이 뒷받침돼 훌륭하게 완주할 수 있었다.

그는 한 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다고 했다. 여섯 살짜리 아들과 세 살짜리 딸아이에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 그는 “아직 경찰을 계속해야 할지 법조인의 길을 걸을지 고민하고 있지만, 경찰대와 실무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13일 발표한 56회 사시 최종합격자 204명 가운데 남자가 136명(66.7%), 여자는 68명(33.3%)이다. 여성 합격자 비율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낮아졌다.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 40.2%였고, 2012년에는 41.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연소 합격은 서울대에 재학 중인 조연수 씨(21·여)가 차지했다.

대학별 합격자 수는 서울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 26명, 한양대 22명, 성균관대 20명, 고려대 14명, 부산대·이화여대 각각 12명, 건국대·경찰대·경희대 각 6명이었다. 합격자를 1명 이상 배출한 대학은 31개로 집계됐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30.15세로 작년 28.44세보다 1.71세 높아졌다. 법학 비전공자 비율은 18.63%(38명)로 작년(18.95%)보다 소폭 감소했다. 전체 합격자 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시행에 따라 지난해 306명보다 102명 줄었다. 내년 선발 인원은 올해보다 50여명 줄어든 약 150명이다.

부산=김태현/양병훈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