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도 너무한 현대차 노조 기득권
12일 오후 1시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인 명촌문.

작업종료 시간까지는 아직 2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수백여명의 근로자가 마치 경주라도 하듯 명촌문을 빠져나갔다.

현대차는 이날 260여명의 대의원과 9명의 사업부 대표를 뽑는 대의원 선거를 위해 오전·오후 2시간씩 4시간 동안 공장 가동을 멈췄다. 2시간 일을 안 하고 귀가한 근로자들에게 유급까지 인정해줬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조가 20년 이상 강성 파업을 통해 회사 측이 감히 손도 대지 못하는 특권을 보장받고 있다”며 “현대차 노조는 한국에서 가장 큰 특권을 향유하는 ‘갑 중의 갑’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에 주어진 이 같은 기득권은 빙산의 일각이다. 2년마다 치러지는 노조위원장 선거 때는 후보자들의 합동유세를 이유로 공장 가동이 4시간 동안 중단된다. 위원장 선거 당일에는 공장이 완전히 멈춘다.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때도 조합원들은 하루를 쉰다. 그것도 전부 유급이다. 북구 매곡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 대표는 “세계 자동차 업계가 분·초 단위까지 관리하며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는데 대의원 선거를 이유로 현대차 공장 가동이 멈춰선다는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 측은 이런 폐단을 없애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회사 관계자는 “휴식·점심·퇴근시간 등 기초적인 근무 규칙을 지키자는 캠페인도 ‘노조 탄압’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단협을 손보겠느냐”고 한숨을 지었다.

게다가 노조 내부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현대차 노조 내에는 서로 다른 성향의 10여개 현장조직이 있다. 이들 조직은 대의원 선거 때마다 치열한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집행부 선점을 노린다. 최근에는 집행부가 어렵사리 회사와 합의한 통상임금 성과도 철저히 무시하고 검찰 고소 등 독자적 행동에 나서 심각한 노노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파업보다 더 무서운 게 노노갈등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현대차가 엔저로 가격 경쟁력 저하라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임에도 생산성 향상보다는 기득권에 매달리는 게 현대차 노조의 현주소다.

하인식 < 울산/지식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