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空約 남발 않는 변협회장 선거 되기를
대한변호사협회의 직선제 회장 선출 실험은 성공했을까. 사상 첫 직선제 회장인 위철환 현 회장의 공약 이행 정도를 확인해봤다. 사회 윤리를 담당하는 법률가들의 선거인 만큼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여의도 정치와는 다른 모습이기를 기대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법조계 소셜미디어인 ‘리걸인사이트’의 당시 선거정보 페이지에 따르면 위 회장이 내걸었던 공약은 27개였다. 제도 도입 등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23건이다. 이 가운데 확실히 안 지킨 건 19건에 달한다. 대한변협 안에 ‘근로기준법위반신고센터’나 ‘청년변호사 창업지원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이런 곳은 없다. 나머지 8건 중에서도 확실히 지킨 건 하나뿐이고 7건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거나 애매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준수시키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 이런 계약서를 내놨지만, 이를 사용하는 로펌은 거의 없다.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가지도 이루기 어려운 변호사업계의 ‘염원’을 모조리 모아놓은 게 주요 공약이었다. 당시 위 회장이 내걸었던 큰 공약으로는 △신규 변호사 수 감축 △검사장 선거제 도입 △민사사건 변호사 강제주의(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 △소송 인지대 인하 등이 있다.

신규 변호사 수를 늘리고 로스쿨을 도입한 것은 국가적으로 수년간 진통을 겪으며 결정된 정책이기 때문에 원상복귀하려면 국회 등에서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검찰 조직에 어떻게 선거제를 도입시킬지도 의문이고 민사사건 변호사 강제주의는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공감대는커녕 용어조차 생소하다. 소송 인지대 인하는 대법원 규칙을 고쳐야 하는데 위 회장 임기 동안 되레 올랐다. 이런 공약이 10여개에 이른다.

변호사 A씨는 “이행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고 유권자가 호감을 보일 만한 건 다 내놨던 것”이라며 “상당수가 법 개정이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공약이지만 당시 각 후보들은 대한변협이 당장 할 수 있을 것처럼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한변협 회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본지가 한 후보 릴레이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비 후보들은 신규 변호사 수 조절을 포함한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직선제 선거 자체를 나쁘다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감시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 후보가 책임감을 갖고 공약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