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빚도 감원도 없다…71년간 깨지지 않은 '신뢰 경영'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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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장수기업
기술은 끈질기게
수분 흡수율 0.01% '슈퍼스트롱'
청와대·교황청·특급호텔에 납품
경영은 투명하게
거래처 현금결제 꼬박 지키고
노사분규 한 번 없이 위기 돌파
기술은 끈질기게
수분 흡수율 0.01% '슈퍼스트롱'
청와대·교황청·특급호텔에 납품
경영은 투명하게
거래처 현금결제 꼬박 지키고
노사분규 한 번 없이 위기 돌파


“한국산 본차이나 만들어라” 특명

제품이 탄생한 비화도 재미있다. 영부인이던 고 육영수 여사가 김동수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청와대에서 자신있게 국빈에게 내놓을 수 있는 품질 좋은 한국산 본차이나를 생산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는 것. 당시 청와대는 일제 도자 식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영부인의 ‘특명’에 따라 한국도자기는 이후 상당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국산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했다. 청와대에서는 일본산 도자기가 퇴출됐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대부분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도 한국도자기가 만든 식기를 사용하고 있다.
1991년에는 20억원가량을 들여 젖소뼈가 함유된 특수 초강자기 ‘슈퍼스트롱’ 개발에도 성공했다. 슈퍼스트롱은 일반 도자기보다 2~3배 강하고 수분 흡수율이 0.01% 이하로 냄새나 색이 배어들지 않는다. 반면 가격은 본차이나보다 20~30% 저렴해 실용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국도자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식기 개발 등 품질을 높이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무감원과 신뢰·투명경영 원칙 사수

무감원도 경영원칙 중 하나다. 이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직원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무감원 원칙은 1969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북 청주공장의 도자기 가마에 불이 났는데 직원들이 뛰어올라 드럼통을 끌어내리려 애를 썼다. 김동수 회장이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직원들은 듣지 않았다. 도자기 원료인 백토를 뿌리자 불길이 겨우 잡혔다. “비싼 백토가 아까워 손을 대지 않았다”는 직원들의 말을 들은 김 회장은 이때부터 무감원 원칙을 세웠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한국도자기에는 노사 분규가 한 차례도 없었다.
우리의 전통 가치인 ‘효’가 업무 몰입도를 높여 우수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충’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현재 김 사장도 이런 철학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청주의 생산공장에는 지역에 사는 가족 전체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전 사원에게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임원회의에 참여시켜 의견을 내도록 해 노사 화합을 유도한다. 매년 5월엔 사원들의 부모님을 초청해 회사에서 행사를 열기도 한다.
교황청 등 세계 50여개국에 수출
전 세계 가톨릭 신도를 관할하는 로마 교황청에서도 한국도자기의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해 제품을 쓰고 있다. 도자기 안에 예수의 탄생을 담은 그림과 말씀을 새겨 넣고 요한 바오로 2세의 친필 사인을 넣어 제작했다. 교황청뿐 아니라 각국 왕실과 대통령 궁, 전 세계 대한민국 재외공관의 만찬식장에서도 한국도자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도자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영신 사장의 목표는 한국도자기를 ‘200년 이상 가는 도자기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김 사장은 “250년 전통의 독일 빌레로이앤드보흐, 영국 웨지우드처럼 국내 대표 도자기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