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에 설립돼 64년간 지우개 한 품목만 생산해 왔던 화랑고무가 중국 짝퉁업체에 어이없게 당했다고 한다. 1999년 중국에 첫 수출을 시작한 화랑고무는 2004년 ‘4B디자인’이란 상표를 중국에 등록해 현지에서 대표적인 지우개 브랜드로 키워냈다. 하지만 중국 짝퉁업체의 공세로 브랜드 상표권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중국 짝퉁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동대문 의류상가도 그렇다. 제조업,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중국 짝퉁이 전방위로 만연한 상황이다. 심지어 아직 출시도 안 된 신상품의 모조품까지 버젓이 돌아다닐 정도다. 중국 당국도 그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화랑고무 사례를 보면 중국 당국이 과연 문제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화랑고무가 모조품 단속을 요청했을 때는 워낙 증거가 명백해서인지 중국의 지식재산권 담당 주무부서인 공상행정관리총국도 해당 업체에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공상국 산하 상표평심위원회는 “4B디자인의 상표권은 무효”라는 모조품 제조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였다. 등록 후 10년 가까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브랜드의 상표권을, 그것도 짝퉁업체의 심판 청구로 취소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선진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노골적인 외국업체 차별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지재권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 경쟁당국이 이중잣대로 외국업체들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도처에 널린 비관세장벽도 마찬가지다. 한·중 양국이 막바지에 이른 FTA 협상에서 각각 농산물, 제조업을 놓고 관세 및 초민감품목 분류에 신경전이지만, 비관세 장벽을 해소 못 하면 개방은 그림의 떡이다. FTA는 기본적으로 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한·중 FTA는 그냥 무늬만 FTA라는 소비를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