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소’ >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이끈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5일(현지시간) 지역구인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기자회견 중 미소짓고 있다. 루이스빌AP연합뉴스
< ‘미소’ >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이끈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5일(현지시간) 지역구인 켄터키주 루이스빌에서 기자회견 중 미소짓고 있다. 루이스빌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자 미 재계가 규제 완화 기대감에 한껏 고무돼 있다. 의회 주도로 ‘친(親)성장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천연가스 수출 허용, 금융규제 완화,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부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기준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 및 정책은 민주, 공화 양당이 이견을 절충하지 못해 장기간 의회에서 잠자고 있는 사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감세와 에너지·은행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인세 인하 탄력 받나

공화가 장악한 美의회 잠자던 '親성장정책' 쏟아낸다
내년에 상원 다수당 대표가 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세법개정 및 무역협정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의 최우선 법안 목록에 △에너지 △예산 및 지출 △세금 △오바마케어 △무역협정 확대 등이 올라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양당의 이해관계가 가장 근접하는 게 세제개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 선진국 최고 수준인 법인세율(35%)을 28%로 낮추는 대신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안을 마련했다. 공화당은 법인세율을 25%로 더 낮춰야 하고, 개인소득세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부분 자영업자와 소기업이 개인소득세를 적용받는 만큼 이들의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부자증세’를 요구하면서 2년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NYT는 “어려운 협상이 되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당)이 1986년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세제개혁법을 통과시킨 교훈을 잘 새기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틴 베일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법인세율이 20%대로 내려가면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국내로 들여와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올 6월 말 기준 해외에 쌓아둔 현금자산은 1조달러에 이른다.

◆에너지·금융 분야 규제 완화 기대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호재였다. 특히 키스톤XL 송유관사업이 의회 문턱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에너지 관련주가 크게 올랐다. 캐나다 서부의 원유를 미국 멕시코만으로 운반하는 키스톤 송유관사업은 환경단체와 일부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송유관사업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온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 허용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천연가스 수출문제가 매코널 대표의 법안 리스트에 포함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가에서는 오바마 정부 들어 대폭 강화된 금융 규제도 다소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 규모의 정치자금을 공화당에 기부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가 무역협정의 전권을 갖는 ‘신속협상권(TPA)’이 공화당 주도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만료된 TPA를 다시 살리는 법안을 올 1월 의회에 제출했지만 노조 등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반대해 통과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또 미 환경청이 마련한 발전소의 온실가스 규제를 대폭 푸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