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첫사랑의 기억은 왜 강렬할까…영화로 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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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조일훈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 327쪽 / 1만5000원
조일훈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 327쪽 / 1만5000원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 장르이자 문화 상품이다. 우리는 카메라의 눈으로 인간의 삶과 기억, 상상 등을 담은 이야기를 편집해 구현한 영상을 극장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난다. 영화에는 작가와 감독, 제작자 등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생각, 나아가 인생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들어 있다. 관객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즐길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메시지와 주제를 각자 나름의 관점으로 읽어낸다.
《시네마노믹스》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재현한 영화를 경제학적 시각과 상상력으로 읽어내고, 영화 이야기 속 경제 현상과 원리, 사상을 끄집어내 설명한다. ‘딱딱한 경제 기사가 독자에게 얼마나 와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누구나 즐겨 보는 상업 영화 속에 숨어 있는 경제 논리와 현상을 말랑하고 쉽게 풀어낸다.
1939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부터 올초 최고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영화 38편을 아우르며 개인의 선택부터 국민 경제 운용까지 거의 모든 경제학 연구 분야의 주요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매주 토요일 한경에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이란 이름으로 연재한 기사들을 모았다.
영화 ‘건축학 개론’(사진)에선 첫사랑의 이면을 경제학적 논리로 들여다본다. 30대 중반 남자 주인공 승민이 약혼녀 은채를 시종 심드렁하게 대하는 이유는 뭘까. 스무 살의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설레던 사랑이 갈수록 무덤덤해지는 건 사랑의 효용이 갈수록 줄어들어서다. 첫사랑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사랑의 효용 측면에서 가장 크고 강력할 뿐 아니라 효용이 떨어지기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승민이 첫사랑 서연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은 ‘위험 회피 성향’ 때문이다. 첫사랑을 얻어 생기는 효용(이익)보다 약혼녀를 버렸을 때 생기는 위험(손실)이 더 크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우주 평화의 수호자 제다이 기사들이 무찔러야 하는 나쁜 편을 자유무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보는 분석도 흥미롭다. 1970~1980년대 냉전 시대에 제작된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악의 축이 전체주의를 연상시키는 독재 권력이었다면 냉전이 끝나고 통상 전쟁이 한창이던 1999년 만들어진 스타워즈는 자유무역 반대 세력을 잠재적 위협으로 설정했다.
타투인 행성에 불시착한 콰이곤 일행과 현지 고물상 주인 와토가 우주선 부품을 놓고 벌이는 거래의 결말도 “자유로운 거래는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원리가 맞다는 것을 은연중에 심어준다. 동시대의 문제와 현안, 지배적인 사상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영화의 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는 뛰어난 경제학 교재가 될 수 있고, 경제학 원리로 영화를 보다 깊이 읽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시네마노믹스》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재현한 영화를 경제학적 시각과 상상력으로 읽어내고, 영화 이야기 속 경제 현상과 원리, 사상을 끄집어내 설명한다. ‘딱딱한 경제 기사가 독자에게 얼마나 와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누구나 즐겨 보는 상업 영화 속에 숨어 있는 경제 논리와 현상을 말랑하고 쉽게 풀어낸다.
1939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부터 올초 최고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영화 38편을 아우르며 개인의 선택부터 국민 경제 운용까지 거의 모든 경제학 연구 분야의 주요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매주 토요일 한경에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이란 이름으로 연재한 기사들을 모았다.
영화 ‘건축학 개론’(사진)에선 첫사랑의 이면을 경제학적 논리로 들여다본다. 30대 중반 남자 주인공 승민이 약혼녀 은채를 시종 심드렁하게 대하는 이유는 뭘까. 스무 살의 첫사랑을 잊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설레던 사랑이 갈수록 무덤덤해지는 건 사랑의 효용이 갈수록 줄어들어서다. 첫사랑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사랑의 효용 측면에서 가장 크고 강력할 뿐 아니라 효용이 떨어지기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승민이 첫사랑 서연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은 ‘위험 회피 성향’ 때문이다. 첫사랑을 얻어 생기는 효용(이익)보다 약혼녀를 버렸을 때 생기는 위험(손실)이 더 크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우주 평화의 수호자 제다이 기사들이 무찔러야 하는 나쁜 편을 자유무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보는 분석도 흥미롭다. 1970~1980년대 냉전 시대에 제작된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악의 축이 전체주의를 연상시키는 독재 권력이었다면 냉전이 끝나고 통상 전쟁이 한창이던 1999년 만들어진 스타워즈는 자유무역 반대 세력을 잠재적 위협으로 설정했다.
타투인 행성에 불시착한 콰이곤 일행과 현지 고물상 주인 와토가 우주선 부품을 놓고 벌이는 거래의 결말도 “자유로운 거래는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원리가 맞다는 것을 은연중에 심어준다. 동시대의 문제와 현안, 지배적인 사상을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영화의 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는 뛰어난 경제학 교재가 될 수 있고, 경제학 원리로 영화를 보다 깊이 읽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