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거물들 요즘 화두는 '안티 에이징'
실리콘밸리가 인류에게 ‘불로장생’을 선물할 수 있을까.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피터 시엘 페이팔 창업자 등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거물들이 노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구글이 지난해 설립한 생명과학 자회사 ‘칼리코’를 통해서다.

고령화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대형 제약사는 물론 실리콘밸리 기업까지 노인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칼리코는 최근 제약회사 애브비와 노화 관련 치료제 개발을 위해 15억달러(약 1조5800억원) 규모의 연구협력 계약을 맺었다. 화이자, 사노피, 일라이릴리 등의 제약사도 수억달러를 쏟아부으며 경쟁에 합류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암 치료제 개발에 몰두했던 제약사들이 최근 ‘안티 에이징’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주 공공보건대 교수는 “혁신적인 암 치료제 개발로 인류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것은 사실 더 큰 숙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고령화로 발생하는 수많은 노인성 질환 연구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포와 조직 재생 등 ‘안티 에이징’ 제약 시장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보다 더 크다. FT는 칼리코를 포함해 휴먼롱제비티 등 생명 연장의 꿈을 품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두뇌 훈련’ 시장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손뜨개질, 바둑, 카드게임, 가족과의 대화 수준에서 머물던 두뇌 훈련 프로그램은 컴퓨터, 스마트기기와 결합되는 추세다. 센서가 장착된 모니터로 사용자의 뇌파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프로그램, 퀴즈 프로그램을 풀 때마다 작동되는 운동기구 등이 그 예다. 시장조사업체 샤프브레인에 따르면 두뇌훈련 시장은 해마다 20~25%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13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이 2020년 60억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얘기다.

한편 노인성 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영국 기업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막스앤드스펜서, 이지젯, 콤파스, 킹피셔 등 유통 및 서비스 업종에서는 이미 직원들에게 치매에 걸린 고객을 대하는 법 등의 특수교육을 하고 있다. 영국 내 알츠하이머 환자는 현재 83만명에서 2025년 110만명, 2050년 2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