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역외탈세 차단할 FATCA
최근 수년간 역외탈세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외탈세는 사회 전반의 성실납세 분위기를 저해하고 지속적으로 세입 기반을 잠식하는 반사회적 행위다. 이로 인한 부담은 성실히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역외탈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국가들이 역외탈세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의 국제적인 조세 회피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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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그동안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에는 역외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추징실적이 처음으로 1조원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로펌을 앞세운 공격적인 불복청구, 징수율 감소 등 여러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국외에서 발생하는 거래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역외탈세 차단에 큰 장애 요인이다.

최근 이런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는 국제적 전기가 마련됐다. 2010년 미국은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을 제정해 외국 금융기관 등이 미국인의 해외금융계좌정보를 미국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제도 원안에는 각국 국내법과의 충돌, 정보 흐름의 일방화 등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각 국가들과 협의를 거쳐 정부 간 상호 금융정보의 일괄교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한국도 지난 3월 FATCA 이행을 위한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을 체결해 내년 9월부터는 미국 금융기관이 보유한 한국 납세자의 계좌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국제사회는 FATCA를 기반으로 동일한 정보를 모든 국가가 상호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47개의 국가·지역이 2017년부터 금융계좌정보를 자동 교환하기로 선언했다. 여기에는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케이맨제도, 버뮤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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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CA로 촉발된 국가 간 계좌정보 자동교환으로 인해 해외금융정보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각 국가의 과세당국이 자국 납세자들의 해외계좌 정보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역외탈세 차단을 위한 그물을 더욱 촘촘히 짤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봉래 < 국세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