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만금에 거는 기대
새만금과 싱가포르는 나에게 남다른 인연이 있는 곳이다. 새만금은 본사 소재지인 전주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지역주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깃들어 있는 곳이고, 싱가포르는 어렸을 적 살았던 인연으로 눈부신 발전을 지켜봐왔다. 서울보다 조금 큰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10위 안에 든다니 참 부러운 일이다.

두 곳은 비슷한 점이 많다. 면적으로 봐도 모두 조그마한 도시고, 국제자유무역과 관광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은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싱가포르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 국가적 관심이나 개발 속도를 볼 때 과연 성공할 것인지 의문마저 든다.

지난달 싱가포르에 출장갔을 때 일이다. 묵고 있던 호텔 식당이나 객실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일하고 있는 걸 봤다. 외국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국내 취업 여건이 어려운 마당에 국제 경험도 쌓고 잘됐다 싶었지만 곧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우가 낮아 싱가포르인들이 기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 기회를 조국에서 제공해주지 못한 기성세대로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요즘 한국사람들은 예전보다 열정과 도전의식이 못하고 무기력해져 있는 것 같다. 인구 고령화보다 더 무서운 ‘사고의 고령화’가 진행돼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몇 배나 높은 나라의 국민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정열을 가다듬고 다시 도약해야 한다. 자랑스럽고 희망찬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축복받은 나라로 노력하면 앞으로 좋은 기회가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

새만금만 해도 그렇다. 수십년간 수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방조제를 쌓아 이미 서울 3분의 2 크기의 토지가 새로 조성됐다. 우리 정도의 토목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대한 바다를 막은 호수와 인근 도서들은 훌륭한 관광자원 면모도 갖췄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넘보는 중국 시장과는 지척의 거리다. 이 정도면 참 좋은 입지조건이다. 물론 나름대로 문제점도 있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기로 결정한 이상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지을 때처럼 정부와 민간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서는 웬만큼 잘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지금과 같이 추진하면 결과는 뻔하다.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아예 안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 젊은이들이 새만금에서 분주히 일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주우식 < 전주페이퍼 부회장 w.chu@jeonjupap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