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보이콧의 '부메랑 법칙'
부메랑은 원래 사냥감을 잡기 위한 도구였다. 부메랑을 던졌는데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사냥감을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돌아온 부메랑에 던진 사람이 맞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정치에도 법칙처럼 작용하는 몇 가지 원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보이콧(장외투쟁)의 부메랑 법칙’이다. 원내정당이 대화와 협상의 장인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가는 것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기본을 외면하는 것이 되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보이콧 투쟁을 국민들도 인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0~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국민들은 소수 야당에 대한 동정심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동조의식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절 보이콧 전략은 불가피하기도 했고 성과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두 번씩 교체되고 정치, 사회적 인식이 사뭇 달라진 지금에는 장외투쟁이 장기화되면 국민들은 외면하게 마련이다. 물론 국민들에게 이슈를 빨리 알리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단기적 효과에 불과하다.

18대 국회 초 ‘광우병 시위’ 사태 때 일이다. 당시 수개월간 지속된 광우병 정국에서 야당은 그때도 원 구성 협상을 미루고 장외투쟁을 선택했다. 나는 당시 ‘원내외 병행 투쟁’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워낙 소수 의견이어서 관철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원내외 병행 투쟁론이 외부로 알려지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나의 주장에 적극적인 격려와 지지의 말씀을 해주셨다. 야당이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 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잘못되고 지혜롭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대화와 협상 그리고 합법적 논쟁과 투쟁의 장인 국회를 버려두고 장외로 나가면 당장은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오히려 야당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게 하고 지지도 하락의 결과로 나타나는 ‘법칙’이다. 최근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 여론이 야당에 등을 돌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넓혀 생활 속의 정치, 상식의 정치로 변화할 때다. 투쟁이 필요하다면 국회를 기본 투쟁으로 하고 나머지 방식은 ‘플러스 알파’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보이콧의 부메랑 법칙’에 대응하는 단순하고 효과적인 처방이다.

전병헌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bhjun@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