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권위주의적 정권에 맞선 것처럼 보였던 노동운동이 실은 혁명이나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극히 당연한 이 판결에 주목하는 것은 그간 정부와 국회, 법원까지 터무니없는 민주운동가를 경쟁하듯 양산해온 관행 때문이다. 헌법의 가치를 정면 부인하고 국가를 전복의 대상으로 여긴 반국가사범조차 민주투사로 대거 둔갑하면서 보상금까지 지급해온 민주화 전능론에 뒤늦게나마 제동이 걸린 셈이다.

대법원이 어제 발표한 파기환송 사건은 1985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의 신모씨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는 대우전자 인천공장의 생산직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다. 이후에도 소위 범민련 남측본부의 간부로 활동하다 국보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두 번 더 받았다. 민주화보상심의위는 인천공장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씨는 인노회와 범민련 활동까지 민주화운동 인정을 요구했고, 인노회 활동 이전의 간질환에 대한 보상도 신청했다. 인노회 활동도 민주화운동이라는 1,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로잡힌 것이다.

그간 엉터리 민주운동가의 양산은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다. 1989년 학내분규로 시작된 동의대 방화사건만 해도 7명의 경찰이 순직했지만 주동자 등 46명은 2002년 민주화 운동가가 돼 거액을 보상받았다. 이밖에도 소위 부림사건 등 끝이 없다. 국보법 위반은 마치 훈장처럼 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지나며 정부가 앞장섰고 국회가 응원했던 일이다. 뒤틀린 언더도그마 현상처럼 사법부까지 무작정 가세한 결과다. 심지어 종북판사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법정이 정치에 오염되면 포퓰리즘 판결은 필연적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모처럼 정의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