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네 살부터 연주한 가야금, 내게 자유를 줘"
“어렸을 때 가야금은 버거운 족쇄처럼 여겨졌어요. ‘언니도 어머니도 갔던 그 길을 나도 같이 가야 할까’란 질문을 수없이 던졌죠. 하지만 이제 가야금은 제 운명이자 인생입니다.”

영화 ‘타짜2’에서 육감적인 몸매의 요부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는 네 살 때부터 가야금을 연주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국악인이기도 하다. 언니 이슬기 씨는 서울대 국악과 박사이자 무형문화재 이수자며, 어머니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도 무형문화재다. 타고난 예인 집안에서 국악을 깊이 공부한 그가 오랜만에 가야금 무대에 섰다. 지난달 27일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의정부국제가야금축제에 언니, 어머니와 함께 가야금 연주자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연예계 대표 ‘엄친딸’로 불리는 이하늬는 “가야금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기고만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악기를 통해 배운 게 참 많습니다. 노력 없이는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진리를 몸소 깨달았어요. 스스로를 믿지 않게 됐다고 할까요.”

학창시절 치열한 입시 과정에서 그는 타고난 재능보다 연습과 노력의 힘으로 버텨왔다고 한다. 그렇게 인생의 가장 큰 축을 내어줬던 가야금 안에서 그는 “자유로워진다”고도 했다. 극중 인물과 본래 자신 사이를 오가야만 하는 배우의 숙명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든든한 동료도 결국 가야금이다.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다 얼른 인간 이하늬로 돌아와야 할 때 악기가 안착감을 주죠. 인간 이하늬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미로에 빠지지 않고 금세 돌아올 수 있게 해줘요. 연기를 하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배선영 한경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