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로 자금을 운용하고 그 차이에 해당하는 예대마진을 수익으로 챙기는 기관이다. 그런데 경제개발 연대에는 기업들이 자금을 싼 값에 쓸 수 있도록 대출금리를 균형 수준보다 훨씬 낮춰 놓았고 이러다 보니 자금조달비용에 해당하는 예금이자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예금 공급은 항상 부족하고 대출 수요는 항상 초과 수요가 존재하는 불균형 상황에 시달렸다. 또한 은행이 정부의 산업정책을 지원하면서 정부가 원하는 산업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대출심사를 포함한 자금운용의 노하우가 충분히 쌓이지 못한 채 부족한 예금을 조달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결국 은행들은 자체적인 실력을 쌓지 못한 채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 역할에 분주했었다.
이러다 보니 우리의 은행산업은 1980년대 고도성장기에 실물경제 수준의 고도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채 1990년대를 맞았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세계화의 기치 아래 해외 진출을 추구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이를 거의 접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위기를 맞아 많은 은행이 합병을 당하거나 정리되면서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일부 은행이 해외자본에 매각되는 상황까지 경험하게 됐다.
전열을 정비한 뒤 2000년대 중반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곧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최근 다시 좌절에 가까운 경험을 하고 있다. 작금의 우리 금융산업은 세계 수준으로 부상한 국내 제조업과의 격차를 실감하고 있고 이미 엄청난 발전을 한 선진금융기관과의 격차까지 느끼면서 소위 ‘쌍둥이 격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도 아주 늦지는 않았다. 최대한 금융한류의 붐을 일으키면서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 진출을 꾸준히 추진해야 하고 저성장 저금리 상황을 맞아 금융부채시대를 마감하고 금융자산시대에 대비한 각종 운용 역량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반영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면서 기존 점포에 대한 전략을 새로이 수립하고 인력의 과감한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융복합 시대에 사물인터넷의 발전을 반영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은행들은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해 실물경제 지원과 소비자 보호라는 지원적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금융 스스로의 전략 산업화를 추진해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역할도 해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를 통해 우리 은행 산업의 중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