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청사 앞 ‘몸싸움’ >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엿새째 계속된 3일 정부청사 앞에서 구급차에 통로를 열어주려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는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구급차가 시위 진압 장비를 경찰에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는 이유로 구급차의 진입을 막았다.  홍콩AP연합뉴스
< 정부청사 앞 ‘몸싸움’ >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엿새째 계속된 3일 정부청사 앞에서 구급차에 통로를 열어주려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는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구급차가 시위 진압 장비를 경찰에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는 이유로 구급차의 진입을 막았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퇴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정부청사를 점거하겠다는 시위대에 렁 장관이 ‘대화 카드’를 내밀었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렁 장관은 지난 2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캐리 람 정무사장(한국의 총리 격)에게 조만간 학생 대표와 만나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렁 장관은 그러나 “시위대의 퇴진 요구는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 대학 학생회 연합은 렁 장관이 2일 밤 12시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정부청사 점거를 시도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렁 장관이 사퇴 요구는 거부했지만 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위대의 청사 점거라는 극단적 충돌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일부 강경파 학생들은 대신 3일 오전 청사 주변을 봉쇄해 홍콩 정부는 청사를 하루 폐쇄했다.

학생들은 “홍콩 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양자 간 대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을 제시하라”고 요구해 사실상 렁 장관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시위의 또 다른 주도단체 중 하나인 ‘센트럴 점령’ 측도 “양측의 대화가 현재의 정치적 교착 상태에 전환점을 제공하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정치개혁 논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단체와 홍콩 정부 간의 대화가 이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헝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는 중국 본토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며 “홍콩 정부가 ‘시간 벌기’ 차원에서 학생들과의 대화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내 친중(親中)단체들은 이날 반중(反中)시위에 반대하는 ‘인터넷 대연맹’이란 단체를 결성, ‘파란 리본’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노란 리본’이 이번 민주화 시위 세력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날 코즈웨이베이와 몽콕에서는 친중 단체와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