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올해 대학순위에서 국내 유수 대학이 일제히 뒷걸음쳤다는 한경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서울대는 50위로 지난해 44위에 비해 6계단 순위가 내려갔으며 포스텍도 60위에서 66위로 떨어졌다. KAIST가 56위에서 52위로 올라갔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이다. 도쿄대가 23위이고 싱가포르국립대가 25위이다. 홍콩대도 43위이고 중국 베이징대(48위) 칭화대(49위) 모두 50위권 내로 서울대보다 앞선다. 성균관대(148위)를 포함, 200위권 내에 들어있는 대학은 모두 4개에 불과하다. 일본(5개)보다 적고 터키 싱가포르와 같다. 이게 한국 대학의 가감없는 성적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대학의 문제점이 확연하다. 200위권 내 한국 대학들은 국제화 평가에서 모두 100점 만점 기준 30점 내외에 불과하다. 외국어 수업이나 외국인 교수 채용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동연구도 떨어진다. 국제화가 약하다고 소문난 일본의 대학들보다 오히려 세계화 수준에서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그토록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BK21사업이나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의 결과가 이렇다. 논문 편수도 인용지수도 평균보다 떨어진다. 오직 산학협력 점수가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주 2025년까지 13개 대학을 100대 대학 내로 포함시키겠다는 슈퍼글로벌대학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학 교수의 절반을 외국인으로 하고 외국어 수업을 모든 수업의 20% 이상으로 하는 것이 요지다. 도쿄대나 교토대를 세계 10위권 내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의욕도 들어있다. 한국 대학은 지금 서울대에서조차 3년간 논문 한 편 쓰지 않은 교수가 51명이나 되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