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세 시대 '꽃중년'의 길은
청춘이 꽃피는 봄이라면 중년은 열매 맺는 가을이다. 청춘이 날 선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라면 중년은 중후한 음을 전하는 첼로다. 청춘이 화려한 청담동 거리라면 중년은 호젓하고 운치 있는 덕수궁 돌담길이다. 언제라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삶이 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법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중년에게는 ‘가지 않은 길’이 놓여 있다.

《중년예찬》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데 일조한 저자가 은퇴 후 삶을 윤택하게 가꾸는 길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킨 산업화 세대의 자긍심을 펼쳐놓는다. 그렇지만 ‘행운’이란 꽃말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행복’이란 세잎 클로버를 마구 짓밟았던 지난날의 실수도 반성한다.

중년에 접어든 이제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취미생활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가령 여행은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사람과의 관계성을 촉진시킨다. 가정에서는 아내와 사랑과 신뢰를 다지며, 자식들에게 근엄한 아버지보다는 친절하고 배려할 줄 아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라고 주문한다. 사후 세계를 인정하는 종교활동을 하면서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일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