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Central)을 점령하라!’

홍콩 심장부인 센트럴에는 주요 행정기관과 다국적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다. 각국 공관도 밀집해 있다. 영국 식민지 시대 초기부터 번창한 빅토리아시티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최루탄과 최루액을 막기 위해 우산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외신들은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홍콩의 상징인 센트럴에서 수만명이 ‘우산혁명’에 나선 이유는 뭔가. 첫째는 대통령 격인 홍콩 행정장관을 자유로운 직접선거로 뽑자는 것이다. 시민들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반중국 성향의 인사가 출마하는 것을 통제하려는 본토의 ‘꼼수’에 분노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현재는 1200명의 선거인단이 참가하는 간접선거로 뽑고 있다. 그러니 중국 정부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이걸 자유로운 직선제로 바꾸자는 것이 시위대의 요구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어정쩡한 체제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홍콩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다. 이는 톈안먼 사태 때인 1989년 5월부터 잠복해 왔던 문제다. 당시 사나운 태풍을 뚫고 광장으로 몰려든 100만 인파가 중국의 민주화를 대대적으로 촉구했다. 주권 반환 6주년인 2003년 7월1일에는 50여만명이 행정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71여행(七一游行) 운동’을 펼쳤다. 이후 매년 7월1일만 되면 시위가 이어졌다. 올해 7월에도 50여만명이 몰렸다.

선거법 개정을 앞세운 이번 시위는 광범위한 반중(反中)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치안당국이 세운 발포계획을 시진핑 주석이 만류해 유혈사태는 피했다지만,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미국과 영국은 시위대 지지를 밝혔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발끈했다. 그러나 티베트와 신장 등의 분리독립 운동으로 번질까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과연 유화 제스처를 보일 것인가, 무력 진압으로 톈안먼의 비극을 재현할 것인가.

외교전문가들은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중국이 전투경찰을 철수시킨 데다 오늘(10월1일)이 건국 65주년 경축일인 것도 작용할 듯하다. 금융권과 무역 분야의 국제기구를 비롯해 보수적인 시민들도 본토와의 극단적인 대립은 꺼리고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개입으로 국제 금융허브인 홍콩을 다스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중국은 국제사회에 입증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붉은 대륙의 민주화를 향한 불씨도 여전하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