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제둔화에 커지는 추가부양 압력…유로화, 14개월 만에 최저 '곤두박질'
유로화 가치가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지표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시장의 압력이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24일(현지시간) 유로당 1.27달러까지 떨어졌다. 작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5월 중순만 해도 1.39달러였던 유로화 가치가 6월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7월 이후 유로화 가치는 7%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3분기 유로화 가치 하락 폭이 유로존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11년 가을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ECB가 ‘추가 돈풀기’에 나설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 출연, “유럽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리다”며 “ECB의 통화정책은 장기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ECB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05%로 0.1%포인트 인하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ECB의 경기 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경기는 계속 둔화하고 있다.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 IFO가 이날 발표한 독일의 9월 기업 경기신뢰지수는 104.7로,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월(106.3) 대비 하락했고,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치(105.8)에도 못 미쳤다. 기업 경기신뢰지수는 7000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매달 경기 전망을 측정하는 지표다. 100이 넘으면 경기 개선을, 100을 밑돌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전날 발표된 유로존의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 들어 최저치인 52.3이었다.

유로존 주요 국가의 성장 위축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토니 제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유럽은 앞으로 3~5년간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에 유로화 하락세까지 가팔라지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신흥국들이 인위적인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는 ‘환율전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켓워치는 “최근 2개월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7%가량 떨어졌다”며 “글로벌 환율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