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단말기를 보안에 강한 IC단말기로 교체하는 작업이 ‘증여세 폭탄’이라는 예상 밖 복병을 만났다. 증여세가 전체 사업비의 절반인 500억원에 달해 정부부처 간 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등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IC단말기 전환 사업이 증여세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카드업계는 영세가맹점 IC단말기 전환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카드업계는 이 돈을 여신금융협회에 넘겨 IC단말기 전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카드사에서 여신협회로 돈이 넘어갈 때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여신협회는 내부 검토결과 국세청이 과세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따르면 비영리법인인 여신협회는 증여세 납부 대상이다. 이 법 46조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 정당 등 비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30억원 이상 증여받을 경우 50% 세율이 적용된다. 공제액 4억6000만원을 빼면 여신협회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495억4000만원이라는 의미다.

여신협회와 카드업계는 IC단말기 조성 기금은 공익적 성격이 큰 사회공헌기금인 만큼 비과세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신협회는 외부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요청하고, 감독당국에도 위 사항을 보고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카드사들이 기금을 여신협회에 넘기지 않고 직접 집행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1000억원에 더해 추가 비용부담을 카드사가 떠안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