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체조스타' 양태영(34)이 지금은 코치복을 입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 기계체조 대표팀을 지켜보고 있다.

양태영은 2003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명백한 오심으로 금빛 연기를 펼치고도 동메달에 그치는 불운을 당했다.

이후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체조선수로 활약하다가 부상을 당해 2010년 대표팀 코치로 전향했다.

코치 경력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막내 코치'라는 양태영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수 때는 저밖에 몰랐는데 코치가 되고서는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며 "선수를 위해 희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코치로서 권위만 내세우기보다는 선수의 기분을 헤아리고 의견을 많이 물어보는 등 '소통하는 코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선수들은 예전과 달라서 무조건 시키기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많이 해야 잘 이끌 수 있다"며 "오로지 소통을 많이 하고 뭐든지 선수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며 설명했다.

이런 자세로 양태영은 올해 대한체육회 체육상의 지도부문 최우수상도 받았다.

양태영은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중국 난닝에서 열리는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를 맡고 있지만, 그 직전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대표팀의 비공식 훈련도 참관했으며, 아시안게임 남자 기계체조 경기가 열리는 21∼25일에도 대표팀의 곁을 지킬 예정이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양학선(한국체대), 이상욱(전북도청), 신동현(포스코건설), 이혁중(한국체대), 김희훈(인천시청), 박민수(한양대) 중 김희훈을 제외한 모두가 세계선수권에도 참가하기 때문이다.

김희훈의 빈자리에는 윤진성(한양대)이 들어간다.

두 대회에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을 골고루 나눠서 내보내는 중국·일본과 달리 선수층이 얇은 우리나라는 두 대회에 거의 같은 선수들을 출전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태영은 "쉴틈 없이 인천 아시안게임과 난닝 세계선수권에 연달아 출전하게 돼서 우리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크다"며 "체력과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시안게임도 중요하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차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이번 난닝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테네 올림픽 개인종합에서 정상의 실력을 뽐내고도 심판진이 0.2인 평행봉 연기의 가산점을 0.1로 잘못 판정해 금메달을 놓치는 황당하고도 뼈아픈 일을 경험했다.

그래서 선수들이 대회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도록 돕는 것은 물론, 코치로서 대회에서 이상하고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태영은 "세대교체 과정 중에 있어서 양학선을 뺀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다"며 "그래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혹시나 기대했던 성적이 안 나와도 외면받지 말았으면 한다"며 후배이자 제자를 아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인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