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서 법인카드 펑펑…公기관 무더기 적발
정부의 강도 높은 공공부문 개혁의지에도 공공기관들의 크고 작은 비리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돈으로 유흥업소를 드나들거나 가족 동반 식사를 하는가 하면 복리후생비도 제멋대로 책정하는 적폐(積弊)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 10일 공기업 정상화대책을 점검하면서 이 같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무추진비로 결혼 축하금?

10일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법인카드로 회사 돈을 제 주머니 쌈짓돈처럼 함부로 쓴 공공기관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2012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산하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4개 기관 286명이 593회에 걸쳐 총 6395만원어치를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812만원은 일반음식점으로 위장 등록된 유흥업소 등에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을 어긴 채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1696만원)이었다. 이어 한국철도기술연구원(1164만원), 한국기계연구원(1059만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495만원), 한국화학연구원(474만원) 등의 순이었다.

미래부 외에 다른 부처 감사에서도 전북대병원 4071만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1475만원, 한국고전번역원 453만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258만원 등 법인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공공기관이 잇따라 걸렸다.

업무추진비를 개인적으로 쓴 경우도 있었다. 부산대치과병원의 상임감사 박모씨는 직원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120만원을 부당 인출해 교통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친구 승진에 대한 축하 화환비용 90만원, 가족과 식사비용 100만원 등에도 회사 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도 직원들이 경조사비로 201만원을 유용했고 내부 직원에게 주지 않아도 되는 사업 평가 사례비 4131만원을 19명에게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각종 복지수당이 과도하게 지급되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직원 10명은 가족수당, 학자금 등 명목으로 336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직원 5명도 중·고등학생 자녀 학자금으로 818만원을 더 받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 교육부 감사를 통해서는 전북대병원이 부양가족 수당 등으로 76명에게 4642만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채용도 제멋대로?

인건비를 부풀리는 관행도 여전했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한국철도공사는 2012년에 철도 유지보수 인건비로 1억6600만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최근 특허청의 감사에서 일부 직원이 시간 외 수당을 더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인사 비리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감사 결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정규직 직원 46명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인턴, 계약직 출신을 부당하게 우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전형에는 우대 조건이 없었다. 계약직 출신 응시자 수 대비 계약직 최종 합격 수 비율은 37%나 됐지만 일반 응시자의 최종 합격 비율은 4%에 불과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자기소개서 비중을 높이는 등 주관적 평가 요소가 강한 것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경우 공개경쟁을 통한 정규직 채용 원칙을 무시하고 기존 계약직 직원 27명을 임의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농식품부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은 승진 임용 시 승진 순위에 해당되지 않은 직원을 최종 승진자로 지명한 사실이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감사에 적발됐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