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공식 출범했지만 앞날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이라크 서부와 북부 일대를 장악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반군을 물리치는 것을 비롯해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북부 모술을 장악한 IS가 서부와 북부에서 급속히 세를 불리면서 집을 떠난 피란민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군과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군 조직인 '페쉬메르가'(쿠르드군)는 오합지졸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결국 미군이 지난달 8일 제한적 공습과 인도적 지원으로 개입을 시작, 급박한 위기는 모면했지만 IS는 여전히 이라크 서북부와 시리아 동북부 일대를 거점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IS 세력의 격퇴 지원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라크에 모든 종파와 정파를 아우르는 통합정부의 조속한 구성을 촉구했고 알아바디 총리는 이에 응했다.

지난달 14일 차기 총리로 내정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지난 8일 통합정부를 구성, 의회의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새 정부에는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계가 두루 포함됐지만 핵심 요직인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은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따라서 국내 모든 정파와 종파가 반대하지 않고 IS 반군 봉기로 직면한 전 국가적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할 적절한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을 선임하는 게 알아바디 총리가 직면한 제일 큰 과제라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는 10일 보도했다.

오합지졸로 드러난 군과 경찰 조직을 재정비하고 시아파 민병대를 비롯한 비정규 무장세력을 정규군과 경찰에 포섭하는 것도 알아바디 총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지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 알아바디 총리가 시아파 민병대 바드르의 수장인 하디 알아메리를 국방장관이나 내무장관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수니파의 반대에 직면해 이를 유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알아바디 총리는 당분간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을 겸직하며 일주일 안에 새 후보를 놓고 의회의 승인을 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IS 봉기 과정에서 불편해진 쿠르드자치정부(KRG)와의 관계 복원도 알아바디 총리 앞에 놓인 과제다.

쿠르드 정파는 알아바디 총리의 애초 새 내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3개월 안에 쿠르드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막판에 새 내각을 승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이라크 중앙정부에 공무원 임금과 페쉬메르가 병참 지원을 제대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전 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의 관할권, 자체적인 원유 수출 등이 쿠르드 측의 주요 요구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의 8년 집권 기간 이라크 정부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파벌주의도 장기적으로 알아바디 총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가운데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 등 주요 종파와 정파 사이의 갈등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한 주요 과제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과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다.

알아바디 총리가 알말리키 전 총리와 아야드 알라위 전 총리, 오사마 알누자이피 전 국회의장을 상징적인 부통령 자리에 앉힌 것도 주요 정치 지도자들을 제도권에 포섭해 분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포석이라고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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