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그제 멕시코에 생산능력 30만대의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기아차로서는 여섯 번째 해외 공장이고, 남미지역 첫 공장이다. 기아의 생산능력은 330만대를 넘는다. 이미 기아 브랜드의 명성은 남부럽지 않다. 교황 방한시 한껏 면모를 과시한 ‘쏘울’은 이달 초 미국의 카스닷컴이 선정하는 도시민들에게 적합한 차로 뽑혔다. 세계 3대 카 디자인 대회에서 기아차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피 튀기는 내부 경쟁이 이런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형차에서 프리미엄급까지 모든 차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 및 기본 설계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생산이나 디자인, 마케팅, 품질관리 면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다. 미국의 시장점유율 격차도 1% 내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기아차에 현대차는 가장 큰 경쟁자며 극복해야 할 도전자라고 묘사할 정도다. 무엇보다 이들 해외 공장의 생산성 경쟁은 직원들의 피를 말리게 한다.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현대·기아차가 생산성 최고 수준이라는 한 외국 컨설팅업체의 조사(한국 공장 제외)가 이를 말해준다. 협력하며 경쟁하는 코피티션(copetition) 구도가 지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서로 분리된 조직을 운영하며 철저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할 때만 해도 주위에선 말리는 분위기가 많았다. 기업 체질을 모두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결단을 내린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결국 두 기업 모두 세계적 기업으로 이끈 것이다. 지금도 현대, 기아차는 끊임없는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경쟁이야말로 혁신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