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코미디 페스티벌
아이들은 하루에 400~500번 웃고, 장년은 하루 15~20번 웃는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 의과대학은 이를 ‘몸과 마음이 늙고 생기를 잃는 만큼 웃음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웃음이 줄어든 만큼 노화가 진행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픈 사람이 15분 웃은 뒤 두 시간 동안 통증을 못 느꼈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웃음의 치료 효과는 1964년 미국 언론인 노만 커즌스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됐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고생하던 그는 웃음으로 엔도르핀이 증가한 덕분에 통증과 염증 수치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웃으면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는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웃음 호르몬’으로 불리는 엔도르핀은 모르핀의 300배에 해당하는 진통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로마린다 의과대학팀의 1996년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환자 60명의 혈액을 일반 상태와 한 시간 동안 코미디 비디오를 본 후로 나눠 비교했더니 폭소 후 혈액에는 병균 침투를 막아주는 인터페론 감마 호르몬이 평소보다 200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루이스는 ‘아기의 미소를 보는 것은 초콜릿바 2000개를 먹거나 현금으로 1만6000파운드(약 2700만원)를 받을 때 반응과 비슷하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말에도 눈웃음, 코웃음, 너털웃음, 헛웃음 등 관련 어휘가 많다. 은근하게 짓는 미소(微笑), 떠들썩한 홍소(哄笑), 크게 웃는 대소(大笑), 갑작스런 폭소(爆笑),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파안대소(破顔大笑) 등 한자 표현도 다양하다. 스스로 웃자고 하는 해학, 상대를 공격하는 풍자, 유쾌한 웃음을 일으키는 소극(笑劇), 뜻 깊은 웃음을 주는 희극(喜劇) 또한 마찬가지다.

3대 코미디 페스티벌로 꼽히는 호주 멜버른코미디페스티벌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 캐나다 몬트리올페스티벌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생겼다. 올해도 7개국 12개팀이 모인다고 한다. 국내 코미디언 150여명과 해외 스타들이 오늘부터 9월1일까지 날마다 웃음바다를 선사한다.

국제대회는 아니지만 엊그제 열린 경남 창원 코미디아트페스티벌과 대전 코미디아츠페스티벌에도 적지 않은 관객이 몰렸다고 한다. 갖가지 사건사고와 걱정거리가 많은 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많이 웃어야 한다. 웃음만큼 좋은 보약도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