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세 개 펀드가 자금 60% 싹쓸이…소장펀드 '쏠림'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가 지난 3월17일 출시된 지 5개월여 만에 설정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58개 펀드 중 세 개 펀드에 전체 자금의 60%가 몰리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소장펀드의 가입 요건이 연간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 소득자로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자금유입 규모가 당초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 개 펀드 ‘독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로 58개 소장펀드의 설정액은 22일 현재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17일 출시 이후 누적 설정액은 △4월 말 403억원 △5월 말 637억원 △6월 말 848억원 △7월 말 943억원 △8월(22일 기준) 1004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세 개 펀드가 전체 설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342억원) ‘신영마라톤’(149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채권혼합’(118억원) 등의 설정액이 609억원으로 전체 펀드의 60%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KB밸류포커스전환형’(76억원) ‘신영고배당’(47억원) 등까지 합치면 전체 73%에 달한다.

이들 펀드 모두 장기화되고 있는 박스권 장세에서 꾸준한 수익률을 올린 가치주펀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장펀드가 의무적으로 5년 이상 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다 보니 안정적인 성과로 각광받는 주요 운용사의 ‘간판급’ 가치주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중 ‘한국밸류10년투자1’(101.69%) ‘신영마라톤’(71.86%) 등은 지난 5년간 누적수익률이 71~101%로 해당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0.9%)을 크게 웃돈다.

반면 설정액이 1억원을 넘지 않는 펀드도 25개(전체 43%)에 이른다. 소장펀드 가입 대상이 연간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제한적인 게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 시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 변동성이 크다 보니 특정 유형의 펀드에만 자금이 몰릴 뿐이라는 분석이다. 출시 이후 매달 100억~300억씩 들어오던 자금도 최근 코스피지수가 2050을 넘어선 뒤에는 주춤해지고 있다.

◆펀드 간 수익률 격차 21%포인트

소장펀드가 설정 운용된 지 5개월여 만에 수익률 격차도 21%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지난 5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펀드는 ‘신영고배당C-e’(15.53%)다. 반면 롱쇼트펀드 유형인 ‘대신멀티롱숏(주식혼합)C’는 -5.86%의 수익률로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

5년 이상 장기 투자시 펀드유형과 운용사에 따라 성과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전환형 펀드가 아닌 경우 시황에 따라 펀드 성과가 저조할 때 갈아탈 수도 없어 펀드 선별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함정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채널영업본부 상무는 “시장의 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운용되는 펀드를 선택하고, 사후관리도 철저한 안정적인 운용사 상품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장펀드에 가입하면 연간 60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액의 40%(최대 240만원)를 소득공제받아 연말정산 때 최대 39만6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한 펀드가 원금손실만 보지 않으면 연 6.6%의 수익 효과가 있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펀드인 데다 내년 말까지만 가입 가능하기 때문에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올수록 소장펀드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