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2050 > 코스피지수가 1.38% 하락한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은행 딜링룸에서 직원 한 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날 코스피는 지난 3월12일(1.6%)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 무너진 2050 > 코스피지수가 1.38% 하락한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은행 딜링룸에서 직원 한 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날 코스피는 지난 3월12일(1.6%)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코스피지수 2050선이 뚫렸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는 소식에 이라크 사태까지 악화된 때문이다. 수급면에서는 8월 이후 기관의 매물을 받아주며 ‘사자’(매수) 기조를 유지했던 외국인이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개인 외에는 매수 세력이 사라지면서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등 돌린 외국인

코스피지수는 21일 1.38% 하락하며 2044.21까지 밀렸다. 하루 낙폭이 지난 3월12일(-1.6%)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기관이 3722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내며 약세장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순매수로 장을 마쳤지만 사들인 주식 규모가 15억원에 그쳤다. 파생시장에서 올 들어 두 번째 많은 1조6399억원어치의 선물을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규모 순매도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빠졌다. 삼성전자는 123만5000원으로 마감, 최근 1년 신저가까지 떨어졌다.

HSBC의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50.3에 그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전 10시30분께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이달 지표는 전달 확정치 51.7과 이달 시장 예상치 51.5를 모두 하회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 1.6조 '先物 폭탄'에도 생존株는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러 대외 악재로 주저하던 외국인이 중국 PMI 발표 시점을 계기로 대형주들을 처분했다”며 “상하이종합지수가 0.4%, 홍콩H지수(홍콩 상장 중국 본토기업 지수)가 1% 이상 빠진 것도 중국 경기둔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CIMB의 이도훈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증시는 미국 이슈보다 중국 이슈에 더 민감하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여건이 개선될지 여부를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PMI 지표가 악화되면서 투자심리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한 뉴스가 나올 수 있는 잭슨홀 미팅(주요국 중앙은행장 미팅)이 이날부터 시작됐다는 점도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려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조합이 나타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뺄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반군이 미국 기자를 살해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라크 사태가 격화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생존자는 누구?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경기부양책이 마땅치 않은 데다 기존에 발표한 대책들이 국회 통과라는 문턱을 넘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늘 일본 증시가 0.8% 이상 급등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일본은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한 반면 한국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국회가 기능을 못하고 있어 기존 대책의 통과도 불투명하다는 점이 증시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급락장 때문에 투자심리가 탄탄한 테마주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강세 수혜주, 중국 소비 관련주, 그룹 구조개편 관련주 등이 상승세를 이어간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비용에서 원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상(3.49% 상승)이나 중국 유커(한국을 찾는 관광객) 덕을 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2.56%)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 구조개편주로 꼽히는 현대위아도 2.22%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송형석/강지연/이고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