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분쟁이 없는 사회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기술을 우리는 익히지도, 길들이지도 못했다."《풍요한 빈곤의 시대》中
변호사가 본 韓·中 영토분쟁
◇간도반환 청구소송=현직 변호사가 쓴 영토분쟁 재판소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옛 영토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고 한국은 중국 영토가 된 간도를 되찾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다. 저자는 한국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간도의 의미를 밝힌다. (강정민 지음, 바다출판사, 384쪽, 1만3800원)
박이문표 ‘둥지철학’의 모든 것
◇박이문-둥지를 향한 철학과 예술의 여정=철학자 박이문 선생이 평생을 바쳐 지어낸 ‘둥지의 철학’을 해명하기 위해 그가 축조한 사유의 건축물을 확대경과 현미경으로 조명한다. 선생의 사상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는 이 책이 처음이다. 둥지의 철학이 탄생한 기원과 배경, 구조와 의의 및 문제점을 탐색한다. (강학순 지음, 미다스북스, 424쪽, 2만5000원)
책으로 담긴 ‘문화의 안과 밖’
◇풍요한 빈곤의 시대=온·오프라인 화제의 강의 ‘열린연단:문화의 안과 밖’이 책으로 발간됐다. 1권에 실린 6편의 글은 반성적 사고의 부재로 인해 공적 공간에 불어닥친 위기를 점검한다. 2권(인간적 사회의 기초)과 3권(예술과 삶에 대한 물음)도 같이 출간됐으며 2015년 초 8권으로 완간될 계획이다. (김우창 외 지음, 민음사, 308쪽, 2만원)
기자가 만난 조선의 맨 얼굴
◇흔적의 역사=신문사 문화재 담당 기자인 저자가 자료를 찾고 현장을 누비며 찾은 사실로 그린 조선의 맨얼굴. 침실에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한 정조, 조선의 인사검증 시스템, 군대 면제 문제 등 우리 시대와 연관된 다양한 역사를 안내한다. 조선시대 수많은 사람과 사건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다. (이기환 지음, 책문, 540쪽, 1만9800원)
사우디 현장 누비던 시절의 기억
◇한여름밤의 연가=김기덕 동곡사회복지재단 경영관리 총괄 회장의 산문집. 고교 1학년 때 강릉으로 유학 간 1958년 1월1일자 일기를 시작으로 대학 시절, 건설회사 직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일했던 시절, 대학교수 시절과 은퇴 후 생활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기업인이자 지성인으로서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황금마루, 272쪽, 1만6000원)
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벨기에 출신 화가쿤 반 덴 브룩 개인전 ‘그림자의 자유’사진 바탕으로 그린 20여년 전작품 모티브로 도시의 일상재해석하는 관점 제시‘산업용 도료’, ‘타르(Tar)’ 활용한새로운 회화 기법 선보여대부분의 사람이 길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단상은 단조롭다. 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이거나 목적지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 길 자체를 목적으로 삼거나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벨기에 출신 화가 쿤 반덴 브룩(Koen van den Broek)이 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브룩은 많은 사람이 거리를 이용하고, 모두가 표지판의 사인을 같은 의미로 인지하며, 노숙자건 부자건 평등하게 같은 길을 다닌다는 점에서 길이 기능적, 문화적,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믿는다. 도로를 최초의 건축물로 정의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는 원시의 공간에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이동을 도와주고, 완성된 구조물끼리의 연결이 가능하게끔 한다는 점에서다.도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작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시와 그 주변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을 탐구해 왔다. 도로 표지판이나 주차장, 격자무늬 보도, 교각, 도로 경계선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이 풍경에 깃든 색감과 기하학적인 요소의 의미에 다시금 주목하도록 이끈다. 현실의 풍경을 선과 면 등으로 단순화해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도시의 일상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오던 브룩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서울 한남동 갤러리
도넛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황금빛 도넛 위 흰 눈이 내린 듯한 설탕 코팅과 그 위에 뿌려진 형형색색의 사탕 장식은 마치 보석처럼 빛난다. 막 구운 따뜻한 도넛을 받아들어 베어무는 순간,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달콤함이 주는 행복감. 김재용(50·서울과기대 도예학과 부교수)는 이런 도넛의 매력을 담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김 작가의 개인전 ‘런 도넛 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지금 80점 넘는 ‘도넛 연작’ 덕분에 도넛 가게처럼 변했다. 미국 하트퍼드 아트스쿨 조각과를 졸업하고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도자과 석사를 받은 그가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0년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 허덕이고 있을 때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김 작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도넛을 도자기로 빚어 벽에 걸었다. 그런데 이 작업들이 작업실에 들른 미술계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그 후 김 작가는 밀가루 대신 흙을 구워 만든 도자기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달콤한 행복감이 담긴 작품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어느새 그는 1000점 넘는 도넛 작품을 만들어 ‘완판’시킨 인기 작가가 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신작 ‘런 도넛 런’은 그간 작가이자 교수로 쉼없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크롬을 도금해 은색으로 빛나는 ‘유 디드 웰 도넛’ 작품들은 자신에게 주는 트로피를 형상화했다.“초등
지난해 12월은 우리 국민에겐 정말이지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나도 하등 이상하지 않은 전쟁 같은 한 달이었습니다. 12월을 시작하자마자 고도로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2024년에 일어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비상 계엄이 있었고, 놀란 가슴을 채 진정시키기도 전인 12월 말에는 전쟁도 아닌 비행기 사고로 무려 179명이 희생되는 사상 최악의 항공 참사가 발생했으니까요.그 어느 때보다 국민 정신건강이 심히 걱정되는 요즘, 정신과 의사 9명이 쓴 책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를 읽자마자 말 그대로 책 내용이 제 마음에 와서 닿았습니다.이 책은 마치 시집 같은 서정적인 책 제목과는 달리 놀랍고 충격적이며 가슴 아픈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때론 필자들이 풀어놓는 케이스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퍼서 책 읽기를 잠시 중단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으로 가득한 이 책은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력한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신과 의사 심민영은 이 책의 ‘트라우마’ 편에서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자신의 조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실을 털어놓으며 글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를 밝히며 서두를 연 그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시 심리지원을 하며 만난 이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가족, 친구 등 본인의 내밀한 경험과 교차하며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몰입감을 높입니다. 그녀는 재난이나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실의 고통과 죄책감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상실의 고통과 죄책감은 고인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