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브라질사회당(PSB)의 에두아르두 캄푸스 후보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뒤 러닝메이트였던 마리나 시우바 전 환경장관(56·사진)이 급부상하면서 대선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19일 브라질 언론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PSB는 20일 시우바 전 장관을 새 대통령 후보로 확정할 계획이다. 대선 구도는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6)과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54), 시우바 후보의 3파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호세프-시우바 두 여성 후보의 맞대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우바는 아마존 정글에서 고무를 채취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삼림 파괴와 벌채에 맞서 싸우는 등 환경 분야에서 인상적인 활동으로 ‘아마존의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2008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정부에서 환경장관을 지냈고,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올림픽기 운반을 맡기도 했다.

시우바는 2010년 대선에서 녹색당(PV) 후보로 출마해 20% 가까운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시우바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1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상득표율은 호세프 36%, 시우바 21%, 네비스 20%로 나왔다. 특히 시우바-호세프 맞대결에서는 시우바가 47% 대 43%로 승리할 것으로 조사됐다.

시우바는 부정부패와 열악한 공공서비스 등에 불만이 높은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한때 수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복음주의 공동체의 지지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시우바가 출마하면 호세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자당 내부에서는 시우바가 호세프 대통령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후보를 룰라 전 대통령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