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서비스業이 답이다] '할리우드'에 '찰리우드' 심는 中 완다그룹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로 퍼져나갔다. 이른바 한류(韓流)다. 하지만 한류는 아직 하나의 현상이지, 산업으로 정착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문화 콘텐츠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류의 산업화’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 창출 서비스業이 답이다] '할리우드'에 '찰리우드' 심는 中 완다그룹
중국은 한국에 앞서 글로벌 문화 산업계에서 ‘키스톤(해당 업종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곳) 기업’을 내고 있다. 완다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완다그룹은 애초 부동산에서 성공한 기업이다. 하지만 2012년 미국의 2대 극장 체인인 AMC(사진)를 인수한 뒤 문화산업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스크린 수는 5000여개로 1위인 미국의 리걸(7400여개)을 추격하고 있다. 완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영화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완다그룹의 문화콘텐츠 사업은 중국 정부의 문화산업 육성 의지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중국 내 워너브러더스 지분을 매입해 중국 1위 극장업체가 됐다. 2012년 AMC를 사들인 뒤 2013년엔 칭다오시에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라는 영화 스튜디오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중국판 할리우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완다그룹의 목표다.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의 부가가치가 매년 2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자국 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화콘텐츠 산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2년 1조6046억달러에서 2016년 2조1200억달러로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고용유발계수 조사에서는 문화 및 서비스업 매출이 10억원 늘 때마다 15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평균(8.8명)을 웃돌았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 소비재 수출은 412달러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그룹이 글로벌 문화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CJ CGV는 베트남의 269개 스크린 중 100개를 보유한 1위 극장 체인이 됐다. 미국에서는 4DX(디지털 영화에 물과 바람 등 특수효과 적용) 영화 상영 기술을 인정받았다. CJ그룹은 지난 6월 세계 1위 극장 체인인 ‘리걸 시네마’를 운영하는 AEG와 4DX 스크린 운영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CJ그룹을 제외하면 글로벌 문화 산업계에서 실적을 내는 국내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강석희 CJ E&M 대표는 “CJ그룹이 성과를 내는 것은 엠넷과 영화사업에서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계속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산업계에서는 이재현 CJ 회장이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CJ그룹이 문화산업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에서 100억원 이상의 영화 투자는 이 회장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이 회사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