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20%는 고졸보다 저임 '교육거품'
대학 진학률이 70%에 이르고 학창시절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학습에 투자하는 한국. 하지만 이런 노력이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소득형평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4년제 대졸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고졸자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등 ‘교육거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11일 연세대 대우홀에서 열린 제16차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주호(사진)·정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 인적자원의 나라인가: 교육거품 생성과 노동시장’이란 논문 발표를 통해 국내 교육의 양적팽창이 심각해 이처럼 비효율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교육거품’ 현상이다.

교육거품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설립 여건이 완화된 1990년대 중반. 대학 진학률은 1995년 51.5%에서 2008년 83.9%로 급등했다. 직업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도 1991년 7.8%에서 2009년 74%까지 뛰는 등 고학력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는 별개였다. 세계대학 학술순위(ARWU) 선정 500개 대학에 포함된 국내 대학은 2004년 8개에서 2012년 10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학생 수로 따지면 겨우 7000명 늘어난 것이다. 2000~2010년 4년제 대학생 수가 129만명에서 156만명으로 27만명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대학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노동시장의 ‘대학 프리미엄’도 일부 옛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력수준별 평균임금을 분석한 결과 4년제 대졸자의 20%, 2년제 대졸자의 절반 이상은 고졸자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논문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향후 고임금을 받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지만 상당수는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교육거품의 명확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교육거품은 소득형평성을 낮추는 또 다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논문은 “대졸자가 폭증한 1990년 말에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이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후 임금격차가 커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사교육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사교육시장 규모는 1992~2012년 4배로 커졌지만 자기주도학습보다 성적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 비중도 계속 높아져 중산층의 경제적 부담을 늘렸다.

논문은 “한국이 세계 최고의 인적자원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비효율과 불평등을 낳는 교육거품을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교수는 2010~2013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아 부실대학 퇴출, 마이스터고 활성화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교육거품을 없애기 위한 구조개혁을 강조했지만 그 성과에 대해선 아직 평가가 분분하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엔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이후 세계 경제 어떻게 바뀌나’란 주제로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 후쿠다 신이치 도쿄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