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청년창업으로 '천송이노믹스' 이어가자
작가 조정래는 소설 ‘정글만리’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대한민국이 제2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중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글만리’는 각국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무한경쟁을 펼치는 중국대륙을 의미한다. 지난달 이 정글만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한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과 달리 벼룩과 이가 우글거리는 토굴생활을 하다가 중국 최고 지도자로 올라선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중국혁명 원로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반당분자로 몰리면서 젊은 시절 변방에서 혹독한 노동과 토굴생활을 했다. 청년 시진핑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사과상자를 책상 삼아 공부를 했고 10번의 도전 끝에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시 주석은 한국 방문기간 중 서울대 강연을 통해 “청년이 강해져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말을 남겼다. 시 주석을 언급하는 까닭은 우리 청년들에게 도전정신과 정글만리 개척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과 공기업으로 그 비율이 44%에 이른다. 반면 벤처기업에 가고싶어 하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10대 청소년들이 도전과 열정을 갖고 진취적으로 나아가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큰 것이다. 이 통계는 20대 대학생들에 이르면 더 심각하다. 2013년도 대학생 창업현황을 보면, 졸업자수 대비 창업비율은 0.07%에 그친다. 도전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취업준비사관학교로 전락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청년창업 기업에 대한 제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이만 탓할 수는 없다. 청년들이 자금융통에 어려움 없이 창업하고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떻게 자금을 받아 기업을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른다. 실패하면 평생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선뜻 창업할 엄두도 못 낸다.

최근 정부는 금융산업의 규제개혁을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벤처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창업자금 지원 대상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했고 우수 기술창업자에게는 연대보증을 면제하기로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청년들이 전보다 쉽게 창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창조혁신 사례로 화제가 되고 있는 유주완 군은 고등학생 때 버스운행을 알리는 앱을 개발하고 오픈마켓에 등록해 1000만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당시 유군은 사업자등록 문제, 정보공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회자되며 제도 개선의 밑거름이 됐다.

공공정보를 개방하는 정부3.0 정책, 창업자금 지원 등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문은 더 열리고 있다.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 경영진이 시 주석 방문 때 함께했다. IT에 강한 우리 청년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린 것이다. 앞으로 한·중 경제규모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으로 더 커질 것이고 IT 교류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유 군의 서울버스 앱은 국내 시장에서 성공했지만 향후에는 거대 중국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시 주석이 언급했던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치맥 열풍’을 불러왔고, 드라마 관련 상품이 중국에서 각광받으면서 ‘천송이노믹스란’ 용어까지 생겼다. 잘 만든 우리 드라마 한 편이 가져온 효과가 중국을 점령한 창조경제 사례다. 이제 우리 청년들이 도전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정글을 개척했으면 한다.

김한철 <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