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연일 여론의 질타를 당하고 있다. 조용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 할 군이 국민의 걱정거리로 돼버린 상황이다. 극도로 해이해진 군기, 지휘관의 사병관리역량 저하, 일부 신세대 병사들의 뒤틀린 버릇 등이 총체적으로 뒤엉킨 결과일 것이다. 안보문제도 아니면서 군이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병영문화 혁신, 군인정신의 재확립이 다급해졌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다. 모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 된 것이다.

군 복무는 국민의 기본의무다. 남북대치 상황에선 신성한 의무라는 말도 맞다. 그러나 변화를 꾀할 때도 됐다. 징집제 하에서 무조건 형평을 맞추며 장병 수도 채우려다 보니 지난해 입영자 32만명 중 심리이상자가 2만6000명, 범법자도 524명이 포함됐다. 잠재적 가해자나 극단적 피해자가 될 개연성이 큰 사병이 매년 수만명씩 각 병영에 배치된다. 이런 제도로는 사고는 물론이고 전투력에도 치명적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은 모병제지만 세계 최강의 군대다. 사기 저하도 없고 국방의 중요성도 경시되지 않는다. 일본 영국 프랑스도 모병제다. 세계적인 추세다. 독일은 3년 전에, 대만 러시아도 2017년까지 모병제로 바꾼다. 물론 국방비는 더 들 것이다. 하지만 정예강군, 무기체계의 고도화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2~3년 계약복무에 1~2년씩 연장할 수 있고, 경찰·소방직에는 제대군인 가산점을 주며, 전역 장병 장학금도 우선 지급한다면 충원에도 사기에도 전력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국방도 명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신성한 의무라는 명분에만 매달리기보다 안보에는 비용이, 평화유지에도 투자가 기본 조건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물론 군생활이 절대 낭비는 아닐 것이다. 군생활이 만들어 내는 사회화 효과도 크다. 우리 사회가 이나마의 발전을 해온 데는 남성들의 군생활 경험도 분명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젊은 남성들의 경력이 분절, 혹은 단절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실도 감안해야 한다. 이제는 모병제도 생각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