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 농산품과 식품을 1년간 수입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보복대응에 나서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고립만 더 자초할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이 멀어지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보복조치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농가 및 식품 수출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과 EU의 경제 전체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는 유럽산 과일·채소의 최대 수입국이자 미국산 가금류 수입 2위 국가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의 러시아 농산물 수출금액은 16억달러다. 미국의 전체 수출 1495억달러의 1% 수준이다. 레이 그레이서 미국대두연합회 회장은 “러시아 시장이 중요하지만 수백명의 고객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며 “이번 조치로 러시아 국민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금수조치가 시행되면 러시아에서 물가상승 현상이 심해지고 일부 식품 부족 현상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의도했던 대로 러시아 경제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금수 조치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와 자국민에게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침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러시아가 최근 전투태세를 갖춘 병력 2만명을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에 집결시켰다”며 “러시아가 인도주의나 평화유지 임무를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FT는 우크라이나에서 ‘조지아 전쟁’의 재연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조지아가 친러 성향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에 군사공격을 가한 것을 빌미로 조지아와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가 굳어지자 유럽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맺어졌고, 이후 남오세티야는 조지아로부터 완전히 분리·독립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