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내수부양 아닌 성장잠재력 확충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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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배당까지 관여하겠다는 정부
경영 영역은 기업인에 맡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올인해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경영 영역은 기업인에 맡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올인해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본질은 ‘어떤 것을 그것이게’ 하는 존재 자체다. 그리고 존재는 언어를 통해 인간에게 드러난다. 결국 본질은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잘못된 언어’는 ‘그릇된 인식’을 낳는다.
‘사내유보금’은 잘못된 용어의 전형이다. ‘투자하지 않고 어딘가에 몰래 쌓아 놓은 유휴자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가 과다해 투자가 부진하다는 주장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지금까지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 등을 공제한 ‘이익잉여금’에 자본조달 과정에서의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그리고 유리한 조건으로 자본을 조달할수록 유보금은 많아진다. 유보금이 많은 기업은 그만큼 소비자와 투자자의 필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킨 ‘우량기업’이라는 의미다. 사내유보금 대신 성과의 의미를 갖는 ‘이익 및 자본잉여 누계액’으로 표현했어야 옳았다.
사내유보금은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계나 설비 또는 건물 등 실물자산 형태로 보유된다. 실물자산은 대차대조표상 ‘자산’ 항목에, 그리고 유보금은 그런 자산의 원천으로 ‘자본과 부채’ 항목에 기록된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을 투자하라는 것은 이미 투자한 설비와 장치를 뜯어내 다시 투자하라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최경환 경제팀은 내수 진작 차원에서 사내유보과세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논란을 예상한 듯 사내유보과세를 ‘미래형’으로 포장했다. 과거에 축적된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업소득(이윤)이 가계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업소득환류과세’다. 기업소득 중 ‘임금과 투자, 그리고 배당’을 통해 가계로 흘러간 소득의 합계가 사전에 정한 일정 기준(60~70%)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이만큼을 유보로 의제해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과세의 미래버전이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과세는 최경환팀의 최고의 정책상품이다. 포장이 화려하면 자승자박이 되기 쉽다.
기업소득환류과세가 시행되면 기업의 유보율은 낮아질 것이다. 유보하면 세금을 얻어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업종과 업황, 매출채권 회수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그 적정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사내유보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시장이 포화상태인 음료기업의 유보비율이 같을 수 없다. 기업소득환류과세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될 위험이 크다.
기업소득환류과세는 기업의 ‘임금과 투자, 그리고 배당’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 고유’의 의사결정 영역을 간섭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일선 기업보다 현장 지식에 더 정통할 수는 없다. 정책은 울타리를 치는 것이지 기업에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배당을 독려한다고 내수가 진작될지 의문이다. 2013년 말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33%이지만 개인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해 유력 전자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54%인데 개인은 4%다. 투자는 위험부담 행위이기에 제3자가 독려할 사안이 아니다. 임금인상은 되돌릴 수 없다. 내수부진은 임금이 아닌 고용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물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길 수는 있다. 미국 사내유보과세(AET)는 본질적으로 비(非)상장사들의 배당소득세 탈세를 막기 위한 의제배당 과세다. 우리같이 투자장려나 소비진작,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한 유보금 과세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는 내수부양이 아닌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하지만 최경환팀은 ‘총돌격’을 외치고 있다. 영화 ‘명량’에 새겨야 할 대사가 있다. “천행이었다.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것이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보거라.” 정책은 소통에 기반을 둬야 한다. 자의적 설계로 기업의 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지적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사내유보금’은 잘못된 용어의 전형이다. ‘투자하지 않고 어딘가에 몰래 쌓아 놓은 유휴자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가 과다해 투자가 부진하다는 주장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지금까지 이익에서 세금과 배당 등을 공제한 ‘이익잉여금’에 자본조달 과정에서의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그리고 유리한 조건으로 자본을 조달할수록 유보금은 많아진다. 유보금이 많은 기업은 그만큼 소비자와 투자자의 필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킨 ‘우량기업’이라는 의미다. 사내유보금 대신 성과의 의미를 갖는 ‘이익 및 자본잉여 누계액’으로 표현했어야 옳았다.
사내유보금은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계나 설비 또는 건물 등 실물자산 형태로 보유된다. 실물자산은 대차대조표상 ‘자산’ 항목에, 그리고 유보금은 그런 자산의 원천으로 ‘자본과 부채’ 항목에 기록된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을 투자하라는 것은 이미 투자한 설비와 장치를 뜯어내 다시 투자하라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최경환 경제팀은 내수 진작 차원에서 사내유보과세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논란을 예상한 듯 사내유보과세를 ‘미래형’으로 포장했다. 과거에 축적된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업소득(이윤)이 가계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업소득환류과세’다. 기업소득 중 ‘임금과 투자, 그리고 배당’을 통해 가계로 흘러간 소득의 합계가 사전에 정한 일정 기준(60~70%)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이만큼을 유보로 의제해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과세의 미래버전이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과세는 최경환팀의 최고의 정책상품이다. 포장이 화려하면 자승자박이 되기 쉽다.
기업소득환류과세가 시행되면 기업의 유보율은 낮아질 것이다. 유보하면 세금을 얻어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은 업종과 업황, 매출채권 회수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그 적정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사내유보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시장이 포화상태인 음료기업의 유보비율이 같을 수 없다. 기업소득환류과세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될 위험이 크다.
기업소득환류과세는 기업의 ‘임금과 투자, 그리고 배당’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 고유’의 의사결정 영역을 간섭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일선 기업보다 현장 지식에 더 정통할 수는 없다. 정책은 울타리를 치는 것이지 기업에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배당을 독려한다고 내수가 진작될지 의문이다. 2013년 말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33%이지만 개인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해 유력 전자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54%인데 개인은 4%다. 투자는 위험부담 행위이기에 제3자가 독려할 사안이 아니다. 임금인상은 되돌릴 수 없다. 내수부진은 임금이 아닌 고용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물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길 수는 있다. 미국 사내유보과세(AET)는 본질적으로 비(非)상장사들의 배당소득세 탈세를 막기 위한 의제배당 과세다. 우리같이 투자장려나 소비진작,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한 유보금 과세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는 내수부양이 아닌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하지만 최경환팀은 ‘총돌격’을 외치고 있다. 영화 ‘명량’에 새겨야 할 대사가 있다. “천행이었다.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것이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보거라.” 정책은 소통에 기반을 둬야 한다. 자의적 설계로 기업의 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지적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