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서부 윈난성(雲南省)은 1년 내내 봄날씨가 이어지는 명승지다. 쿤밍(昆明)과 윈난 스린(石林), 다리(大理), 싼장(三江) 풍광도 그림 같다.
역사 흔적 또한 뚜렷하다.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 풀어준 칠종칠금(七縱七擒)의 현장이 이곳이다. 중일전쟁 때는 중국 국민당군과 일본군이 피의 공방전을 벌였다. 티베트 자치구와 쓰촨성(四川省),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접경지대여서 인종도 다양하다.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25개 민족이 이곳에 있다. 땅이 척박해 모두들 가난하다. 그나마 아연 등 천연자원이 있고, 요즘은 관광수입으로 먹고산다.
절경을 시샘하듯 이 일대에 유독 지진이 많다. 문화혁명 때인 1970년 규모 7.8의 윈난 강진으로 1만5621명이 사망했고, 1974년 윈난·쓰촨 지진 때는 1만여명이 숨졌다. 1995년 52명, 1996년 228명, 2003년 16명, 2006년 22명에 이어 2008년 대지진 땐 8만여명이 실로 떼죽음을 당했다. 지난해에도 쓰촨에서 220여명이 희생됐다. 그저께 또 윈난 지진으로 400여명이 죽었다. 여진이 200여차례나 이어져 희생자가 늘어날 모양이다.
이 지역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유라시아판과 양쯔판이 맞물리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 결과 윈난 샤오장(小江) 단열대인 거대한 마름모꼴 지대에서 1900년 이래 규모 6 이상의 지진만 15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들면서 압력을 가중시킨 탓이라고 설명한다. 4000만년 전 두 판이 충돌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을 만든 뒤 지금까지도 인도판이 1년에 5㎝씩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잦은 재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가 큰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소수민족들이 낡은 흙집에 거주한다. 최근 우리나라 여행객도 많이 찾는 곳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지상의 이상향 ‘샹그릴라’가 바로 지척이라니 더욱 얄궂다. 가혹한 천재지변(天災地變)의 위력 앞에서 한 치 앞도 분간 못 하는 인간들이 만든 유토피아라니….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