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압승,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났다. 당초 접전일 것이란 예상과는 판이한 결과다. 유권자들은 ‘무능정권 심판’을 내건 야권보다 ‘민생경제 회생’을 호소한 여당을 선택했다. 최소 6석, 많게는 7~8석을 기대한 야권은 후폭풍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야권은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도 졌고, 낮아도 졌다. 무엇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탓이다. 정치 혐오가 심각한데 잇단 공천 파동, 야권 단일화 잡음을 일으키고도 승리를 기대했다면 오만이다. 더구나 종북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지도 못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근본부터 바로잡고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이겼다고 좋아할 게 없다. 새누리당이 잘해서 이겼다고 여길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좀 더 지리멸렬한 야권 덕에 반사이익을 누렸을 뿐이다. 최선이 아닌 차악이 선택된 셈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원칙과 이념을 바로세우지 못하고, 기회주의적 속성에 안주한다면 국민은 언제든 심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야당의 텃밭인 전남(순천·곡성)에서 박근혜 정부의 얼굴이라 할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1996년 강현욱 전 의원이 전북(군산을)에서 당선된 적은 있어도 광주·전남지역은 이 후보가 처음이다. ‘영남=새누리당, 호남=새정치연합’이라는 콘크리트 같은 지역 구도가 드디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지역 철벽 구도는 19대 총선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당의 이 후보가 광주 서구을에서, 야당의 김부겸 후보가 대구 수성갑에서 각각 40%의 지지를 얻었다. 6·4 지방선거에선 균열이 조금 더 커졌고, 이번 재·보선에서 드디어 지역 철벽의 한 귀퉁이가 무너진 것이다. 정치 불신이란 절망과 동시에 지역구도 타파라는 희망을 던져준 재·보선이다. 이런 희망은 더욱 키워가자. 그리고 이젠 일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