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원칙서 멀어지는 '천송이 코트' 대책
“‘천송이 코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PG사에 고객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용카드 회사의 한 임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8일 발표한 ‘천송이 코트’ 대책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PG회사란 온라인 상거래에서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해주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를 말한다. KG이니시스, LG유플러스 같은 회사들이다. 금융위는 이들 업체가 자체적으로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의 정보를 수집해 공인인증서 없이도 온라인 상거래에서 결제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30만원 이상 결제를 할 때는 무조건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PG사들이 간편결제 시스템을 마련하면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도 물건값과 상관없이 구입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중국의 알리페이나 미국의 페이팔 같은 회사가 나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더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섣불리 고객정보를 다른 회사에 줬다가 유출사고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1월 1억여건의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낸 이후 정보 관련 이슈에 극도로 예민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기술력 보안성 재무적 능력을 충분히 갖춘 회사만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용정보를 보유하는 PG사에 대해서는 검사·감독을 엄격히 해서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그런데도 신용카드사들의 불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PG사들의 규모를 봤을 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신용카드사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 신용카드사 임원은 “지난번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수백억원이 날아갔는데 카드회사에 비하면 영세업체나 다름없는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무리하게 ‘천송이 대책’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고객정보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원칙을 뒤바꾼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