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스마트폰 전략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샤오미가 화제다. 샤오미는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이미 애플을 제친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맹렬히 추격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샤오미가 ‘중국의 애플’ ‘애플의 동생’으로 불릴 정도로 애플 모방이 노골적인데도 그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애플 자신조차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샤오미의 애플 베끼기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샤오미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외신과 블로그들은 애플을 얼마나 카피했느냐로 떠들썩할 정도다. 실제로 샤오미는 외관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소프트웨어 이미지, 오프라인 매장, 신제품 출시전략, 마케팅 수법,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기법까지 애플을 따라 하지 않은 게 없다. 아예 특허 무시전략으로 가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애플은 이런 샤오미에 대해 소송의 ‘소’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샤오미에 비하면 애플이 별것도 아닌 것을 트집 잡아 삼성전자에 특허소송을 걸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판국인데도 그렇다. 한마디로 애플이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의 베끼기에 대한 체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에서 특허소송을 걸어본들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로서는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 같다. 애플은 올해 초 가입자만 7억5000만명 이상인 세계 최대 이동통신회사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했다. 이런 마당에 괜히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려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어쩌면 샤오미를 적당히 눈감아 주면서 삼성전자만 잡으면 된다는 게 애플의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입만 열면 특허소송을 위협하던 애플과 노골적으로 애플 특허 무시로 나가는 샤오미의 이상한 공존을 목격하고 있다. 특허법이 국가에 따라, 상대에 따라 그 적용이 달라지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애플과 샤오미의 협공에 맞서야 하는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로서는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