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5가 소형차, SM3가 중형차라고?
차 크기가 현대 쏘나타만한 르노삼성의 SM5가 소형차로 간주되고 이보다 작은 SM3가 중형차로 분류될 수 있을까.

이런 역전 현상은 르노삼성이 지난 3일 SM5 디젤(사진)을 출시하면서부터 일어났다. 이 회사는 SM5 가솔린에는 2000cc급 엔진을 썼지만 SM5 디젤에는 1500cc급 터보 엔진을 얹었다. 자동차 연비를 높이기 위해 무게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따른 조치였다. 실제 SM5 디젤의 L당 연비는 16.5㎞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디젤차 중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연비에 민감한 택시기사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게다가 작년 말 택시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9월부터 디젤택시도 액화석유가스(LPG) 택시처럼 L당 345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엉뚱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배기량이 1600cc 미만이면 소형택시로 분류된다. 중형차 크기인 SM5 디젤은 차량 힘을 좌우하는 토크 면에서도 가솔린이나 LPG 차량을 앞서지만 소형 터보 엔진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소형차가 된 것이다. 결국 SM5 디젤 택시 기사들은 일반 중형택시 요금을 받지 못하고 이보다 500원 이상 기본요금이 싼 소형택시 요금을 받게 됐다.

그런데 SM5보다 작은 SM3 전기차는 중형차 대우를 받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전기차 관련 내용이 없어 자동차관리법상의 차량 분류 기준을 따랐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은 배기량이나 차 크기 등에서 하나라도 중형차 요건을 충족하면 중형차로 간주한다. SM3 전기차의 차량 너비는 중형차 기준(1.7m)을 넘어선 1.81m다. 대전에선 SM3 전기차가 일반 택시요금을 받고 있다.

상당수의 택시 기사가 “SM5 디젤을 소형차로 분류하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대구지역의 한 택시회사 대표가 지난 9일 국토교통부에 “택시도 일반 차량과 동일한 기준으로 중형차로 분류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의문을 살펴본 다음 후속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