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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고사목(枯死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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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짐작해 결론 내리는 사람들 습관
    깊게 분석하고 여분 갖는 태도 갖추길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한경에세이] 고사목(枯死木)의 교훈
    골프장의 소나무 한 그루가 말라서 죽어가고 있었다. 원래 산에서 자라던 나무였는데 골프장을 만들 때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다른 소나무들은 멀쩡한데 유독 그 소나무만 변해가고 있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 길이 묘연하다.

    동행한 사람들에게 이 소나무 얘기를 하면 대개 ‘요즘 소나무 병충해가 많다고 하던데 이 나무도 그런가 보네요’라고 한다. 하지만 병충해가 원인이라면 한 그루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길 가까이 있어서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라고 하기도 한다. 그 소나무만 스트레스에 약하다는 생각도 틀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살면서 이 소나무처럼 쉽게 원인을 가늠할 수 없는 일을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현상의 원인을 대충 짐작하려는 태도를 많이 가진다.

    미국의 범죄율은 1990년대 초까지 높아지다가 그 이후 갑자기 떨어졌다.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치안정책과 형량 강화가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그러나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는 해석도 있다. 스티븐 레빗 교수는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로 미국 전역에서 낙태 시술이 합법화된 것을 범죄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무 자르듯 정확성만을 따져서는 곤란하다. 자연과 사회는 노이즈(잡음)로 엉킨 지저분하고 복잡다기한 곳이다. 그럴수록 여분과 여유가 필요하다. 여분 없이 수학적 정확성을 추구했던 많은 금융회사가 한껏 차입을 늘렸다가 금융시장 충격으로 파산의 운명을 맞았다.

    이들과 달리 필자가 아는 한 펀드매니저는 늘 여분을 가져간다. 수량적 알고리즘 방식으로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 이 펀드매니저는 모형에서 제시하는 최적 레버리지(차입)가 네 배지만, 의외의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금융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다. 수익률이 좀 낮아지더라도 여분을 가져가는 것이다. 즉, 여분을 장기적 리스크 관리의 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대충 분석하면서 여분은 갖지 않는 몰지각한 태도는 갖지 말아야 한다. 현상에 대해 온갖 주장과 원인이 난무하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인을 두루 살펴 깊이 분석하면서 여분을 갖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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