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월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팀장을 맡고,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퇴직·개인연금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민연금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원 등 관계 기관 실무자도 포함됐다.

매달 두 차례씩 열리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세제지원 확대 △기금형 방식 도입 △위험자산 투자확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공’이 많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고용부와 자산운용 시장에 맡기려는 금융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금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연금담당 부처가 제각각 쪼개져 있다 보니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힘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국민·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의 주무 부처는 복지부다. 퇴직연금 제도의 근거법인 근로기준법은 고용부 소관이다. 연금에 대한 세제 정책은 기재부가 결정한다. 사적연금과 관련된 감독규정은 금융위가 맡고 있다.

각 기관의 담당 부서도 분산돼 있는 건 마찬가지다. 예컨대 금융위 안에서 개인연금(보험과), 연금저축(연금팀), 퇴직연금(자산운용과) 등 연금 상품별로 주무 부서가 다르다. 영국이 ‘연금청’이란 정부기관을 발족해 공적·사적연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중장기 정책을 펴는 것과 정반대다.

한국연금학회장을 지낸 신성환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연금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가 잘개 쪼개지다 보니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연금이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만큼 국가 연금정책을 총괄할 기관을 신설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연금 태스크포스팀(TFT)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우선 금융위와 금감원 내에 흩어져있는 연금 관련 부서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