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도 '하이브리드' 시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유전펀드 등 특별자산펀드 5종을 운용하는 김지훈 자원운용팀장(37)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2006년 회계사 시절의 경험을 떠올린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석유공사 등의 해외자원투자 재무자문을 하던 시절이다. 이때 체득한 투자기법을 활용하면 펀드의 투자대상을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김 팀장이 지난 3월부터 운용 중인 ‘미국MLP특별자산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1.85%로 동종 유형 평균(4.47%)보다 높다.

김 팀장처럼 회계사 등으로 전문성을 쌓고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든 ‘하이브리드(다양한 경력 보유) 펀드매니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지수 때문에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 펀드매니저들의 활동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M&A자문 경험 활용하기도

최근 하이브리드 펀드매니저들은 자산운용사 주요 펀드의 운용을 담당하는 등 업계 주류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1일 설정 이후 20일 만에 305억원을 끌어들인 밸류플러스펀드의 한성근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대표적이다. 한 매니저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자문을 담당하며 경험과 인맥을 쌓았다. 삼성운용은 가치주와 함께 M&A주에도 투자하는 밸류플러스펀드 운용을 한 매니저에게 맡겨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한 매니저는 “인맥을 활용해 M&A딜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나면 M&A주의 가치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2조원 굴리는 인프라 전문가

KB자산운용에서 2조원을 굴리는 김병헌 인프라운용본부 이사는 대우건설에서 10년간 일하며 사회인프라투자 기획과 투자결정, 현장근무 등을 두루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KB자산운용의 만기 18년 이상 사모 부동산·SOC(사회간접자본)펀드 5종을 운용 중이다. KB운용은 김 이사가 운용 중인 펀드가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매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이사는 “건설원가, 운용원가가 얼마인지에 대한 감을 갖고 있다”며 “투자할 때 어느 정도 선에서 가격을 맞춰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매니저 역할 커질 것

신승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타일운용팀 부장은 중소형주 투자 전문가다. 신 부장이 운용 중인 ‘성장유망중소형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51%다. 중소형주펀드 평균(10.92%)을 앞선다. ‘1조원 거부(巨富)’ 이민주 회장의 투자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에서 다양한 기업에 대해 실사를 하며 회계장부와 영업활동의 연관성 등에 대해 연구했다. 신 부장은 “중소형주 중장기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하이브리드 펀드매니저들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인사담당 임원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일반 주식형펀드가 아닌 특별자산펀드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다방면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영입해 펀드 운용을 맡기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