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은근슬쩍 암보험과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실버암보험 등 암을 보장 대상으로 하는 모든 암보험에서 이달부터 대장암의 일종인 대장점막내암을 일반암에서 소액암으로 분류했다.

일반암으로 분류되면 보험가입금액의 100%를 받는 반면, 소액암은 10%밖에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진단금 3000만원짜리 암보험에 가입했다가 대장점막내암에 걸리면 지난달까지는 100%인 3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 가입자부터는 10%인 300만원밖에 수령하지 못한다.

현대해상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가입자부터 대장점막내암을 소액암으로 간주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4월 가입자부터 비침습방광암을 일반암에서 소액암으로 분류했다. 다른 상당수 보험사는 내년 계약자부터 직장유암종을 소액암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내년부터 건강보험에서도 대장점막내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대장점막내암과 비침습방광암, 직장유암종의 경우 완치율이 높은 데다 수술비가 많이 들지 않아 소액암으로 다시 분류했거나 분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암이 소액암으로 분류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들면 보험료도 낮아져야 하는데, 보험료 인하 폭은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다른 여러 가지 암 보장 및 담보와 섞여 있다 보니 해당 보험의 보험료 인하 폭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로선 보험료는 그대로인데 보장범위만 축소됐다고 할 수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