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우려하는 말들이 무성하다. 이웃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파고에 휩쓸려 지구촌에서 가장 늙은 국가로 전락했고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최근 아베 정부는 세 번째 화살을 쏘았다. 여성 인력 활용, 외국 인력 유치 및 기업경영 혁신을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저출산·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복병을 맞은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차로 여성 경제활동 촉진이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012년 5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5위다. 직장 내 유리천장도 높다. 미국 기업 조사기관 에퀼라에 따르면 미국 200대 고액연봉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5.5%에 불과하다. 1000개 대기업의 여성 CEO는 4.9%다. 한국 주요 기업의 여성 CEO는 거의 전무하다. 권선주 IBK기업은행 행장, 최연혜 코레일 사장 정도다. 민간기업 임원 비율은 불과 2%다. 미국 3000여개 상장기업 여성 임원 비율 12%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결혼·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최소화되도록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양질의 어린이집 조성 등 리턴맘 정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1.4%인 195만명 경력단절여성의 재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20% 선인 사회복귀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사회복귀율은 60~70%에 이른다. 이들 나라의 고용률이 70% 선에 달하는 것도 이처럼 높은 재복귀율 덕분이다.

외국인 인력 유치도 시급하다. 선진국은 한결같이 저출산·고령화 충격을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대응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민은 미국의 DNA”라며 의회에서 표류 중인 포괄적 이민법 개정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미 재계의 거물인 셸던 아델슨, 워런 버핏, 빌 게이츠는 최근 뉴욕타임스 공동기고에서 “미국에 투자할 용의가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며 교착 상태에 빠진 이민법 개혁을 역설했다. 인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창조경제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경과 국적에 상관없이 글로벌 인재 확보에 올인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축구대표팀의 26%가 이민자 혈통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일본은 이민자 활용이 저조한 국가다. 일본은 1.7%, 한국은 3.1%다. 유럽에서 가장 비율이 낮은 편인 이탈리아 8%, 덴마크 7.7%보다 떨어진다. 25~49세의 핵심생산인구가 갈수록 줄어 생산가능인구 대비 비중이 2013년 53.9%까지 떨어졌다.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핵심노동력이 줄어드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작년 말 체류 외국인의 91%가 단순 기능인력이고 5만명에 달하는 전문인력도 대부분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강사다. 국제결혼 비율이 10%를 넘는 다문화국가에서 이민 규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없다. 이민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적인 기업가의 역할이다. 맥킨지 글로벌 분석에 의하면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딩, 첨단 로봇 등 혁신기술이 2025년까지 330조달러의 신규 시장을 창출한다고 한다.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견인할 경영인과 선진적 기업 지배구조는 시대적 요청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성장은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어코카, GE의 잭 웰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일본은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의 혼다 쇼이치로, 소니의 이부카 마사루의 기업가정신에 힘입어 1960~80년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지난 10년간 일본 제조업의 썰물 현상은 소니, 파나소닉, 닛산의 몰락 등과 결코 무관치 않다. ‘기업은 경영자만큼 큰다’는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말처럼 비전 있는 기업인이 아쉬운 상황이다. 역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인적 자원이 아닐 수 없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