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시장을 개방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장장 20년간 논란을 반복해온 해묵은 과제가 정리됐다. 내년부터 쌀 수입을 전면 허용하되 농가 보호를 위해 수입쌀에 300~500%의 고관세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래도 수입 물량이 과도해지면 특별긴급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오는 9월에 관세율을 확정하면서 농가 지원 방안을 포함한 쌀산업 발전 대책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관세화 유예로 시장을 걸어 잠근 결과 너무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의무수입물량(MMA) 제도로 무조건 도입해야 했던 외국쌀은 해마다 늘어 올해 40만9000t에 달한다. 외국쌀을 ㎏당 1100원에 들여와 300원에 팔아도 소비가 다 안 된다. 가뜩이나 쌀 소비가 급감하는 판에 외국쌀까지 쌓여 전국의 정부양곡창고를 꽉 채운 상황이다. 이 쌀의 보관비용만 연간 200억원이다. 또다시 시장 개방을 피하려면 이런 외국쌀 수입량을 지금보다 두 배로 늘려야 한다. 말이 안 된다.

농민단체와 야당도 이젠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가 왔다. 이젠 농민단체 중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받아들이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쌀 산업도 얼마든지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맛을 개량하고 가공 용도도 다양한 질 좋은 쌀을 생산한다면 중국 등지로 ‘고급 한국쌀’을 수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2005년 8000에서 지난해 3만으로 늘어난 쌀가공 식품의 수출량을 봐도 희망은 있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시장 보호와 보조금에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다. 개방을 계기로 농업의 과학화, 진정한 산업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우리 쌀을 수출품으로 키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