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경무관 경찰서장' 김해경 신임 송파서장 "신설한 경제범죄수사과 성공모델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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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기동대장 맡아 '상설화'
"육아 핑계로 험한일 도피 안해"
뒷좌석에 아이 태우고 순찰도
"육아 핑계로 험한일 도피 안해"
뒷좌석에 아이 태우고 순찰도

17일 만난 김해경 송파경찰서장(55·사진)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20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하면 좀 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이후로도 육아를 핑계로 일을 게을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지난 1월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달 초엔 송파경찰서장에 부임하면서 여성 경무관으로는 처음 일선 경찰서장이 됐다.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이 승진인사에 배경이 됐다는 평이다.
1990년대 말 첫 여경기동대장으로 일했던 그는 시위 현장에 투입돼 270여명의 여경을 지휘했다. 당시 임시 조직이던 여경기동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경찰은 2002년 여경기동대를 상설 조직으로 승격했다. 김 서장은 청와대에 파견돼 영부인을 경호하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김 서장은 순경 때부터 남성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그 결과가 ‘오늘’이 됐다고 했다. 1980년 순경으로 경찰에 몸담은 그는 1982년 경장 승진 시험에 응시했다. 순경으로 들어온 여경은 50세까지도 순경으로 남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김 서장은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다”며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장 승진시험을 보겠다고 신청한 여경은 내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이 실시한 경장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다.
김 서장은 경찰 부 부다. 현재섭 경기경찰청 외사과장(총경)이 남편이다. 경찰청 정보과에서 경위로 근무할 때 한 계급 위(경감)인 남편을 만났다. 김 서장 부부는 이후 경찰 사상 첫 ‘부부 총경’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월 김 서장이 남편보다 먼저 경무관이 됐다. 그는 “주변에서 남편에게 ‘집에 들어갈 때 경례하고 들어가느냐’며 농담을 한다고 들었다”며 “혹시라도 자존심 상할까 봐 요즘엔 더욱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운 ‘부부 경찰’ 생활의 고민은 언제나 육아문제였다.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글쓰기 과제를 받아 왔어요. 그런데 아이가 ‘대한민국 경찰들을 일찍 퇴근시키겠다’고 적었지 뭐예요. 가슴 아팠어요.”
김 서장은 그 뒤론 아이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며 부족한 대화를 보충했다.
김 서장은 ‘남자 경찰보다 세 배 이상 노력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조를 지키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육아를 핑계로 험한 일에서 도피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남자 경찰들이 여경이라고 편의를 봐주는 것은 훗날 그들이 여경을 무시하는 이유가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경찰서장이란 직책은 부담이 작지 않은 자리다. 송파구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제2롯데월드 건설로 교통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김 서장은 “신설한 경제범죄수사과와 기동순찰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게 당면한 목표”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