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식품 회사들의 안정적인 캐쉬카우로 자리잡고 있는 '메가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접하지만,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30년을 훌쩍 넘긴 제품들이다. 라면부터 과자, 우유 등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들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친숙한 이 제품, 벌써?②] 대한민국, 유일한 '케첩 독립국' 만든 주역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토마토 '케첩 독립국(?)'이다.

케첩의 종주국인 미국산 제품 하인즈 케첩이 전 세계 토마토 케첩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토종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971년 출시 이래 평균 점유율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소스계의 절대 강자 '오뚜기 토마토 케챂'이 바로 대한민국 '케첩 독립'의 주역이다.

1980년대 외산 브랜드 케첩이 국내 출시되며 '오뚜기 토마토 케챂'의 점유율은 70%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3년 과체중인 사람에게 체중 감소효과까지 가져온다는 '산탄검(xanthan gum)'을 국내 최초로 첨가하고, 1984년 편리한 튜브용기를 출시하는 등의 노력으로 점유율이 다시 확대됐다.

'오뚜기 토마토 케챂'은 방부제 대신 발효 식초를 넣어 방부 효과외에 새콤한 맛을 더했고 토마토의 붉은색을 결정짓는 라이코펜(Lycopene) 함량이 높은 가공용 토마토를 사용해 보통의 토마토보다 붉은 색을 내게 했다.

오는 8월로, 43번째 생일을 맞는 '오뚜기 토마토 케챂'의 누적 판매량은 100만여톤, 300g 튜브 제품으로 계산하면 약 33억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을 5000만명으로 봤을 때 1인당 66개를 소진한 수준이다.

오뚜기는 국내 마요네즈 시장에서도 독보적이다.

국내에서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오뚜기 마요네스'는 1972년 출시돼 42년간 국내 시장 1위를 지켜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수출고를 올리며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친숙한 이 제품, 벌써?②] 대한민국, 유일한 '케첩 독립국' 만든 주역은…
오뚜기는 점차 서구화돼가는 식생활에서 샐러드 섭취가 많아질 것을 예측하고, 국내 최초로 자체기술만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다른 제품에 비해 온도에 의한 변화나 직사광선, 수송에 따른 진동, 보관방법 등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만큼 민감한 제품이어서 초기에는 생산량보다 반품량이 더 많았다. 하지만 끊임없는 품질향상으로, 이를 해결했다.

1996년 우연히 '오뚜기 골드 마요네스'의 맛을 본 러시아 상인들이 본국으로 박스채 사가면서 수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현재 러시아 수출액만 500억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 42년간 '오뚜기 마요네스'의 판매량은 약 110만 톤, 수량으로는 약 38억개(300g 튜브형 제품 기준)에 달한다. 판매된 마요네즈(한 개의 길이 18cm 기준)를 일렬로 이으면 지구 15바퀴를 거뜬히 돌고, 우리나라 국민(5000만명)이 1인당 70개를 소비할 정도의 양이다.
[친숙한 이 제품, 벌써?②] 대한민국, 유일한 '케첩 독립국' 만든 주역은…
오뚜기 제품 가운데 케첩, 마요네즈 외에 더욱 성실한 '효자'가 있다.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라는 로고송으로 유명한 '오뚜기 카레'는 태어난 이후 45년간 줄곧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 카레는 식품회사 오뚜기의 창립제품으로, 지난 45년간 국내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가 장수브랜드다. 오랫동안 1위를 지켜온 탓에 '카레=오뚜기 카레'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혀있을 정도다.

카레는 1940년경 국내에 처음 소개됐지만 1970년대 오뚜기에 의해 대중화됐다. 오뚜기 카레는 오뚜기가 회사설립과 함께 생산한 최초의 품목으로, 1969년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라는 제품명으로 국내 최초로 생산됐다. 오뚜기는 1960년대 당시 우리 국민의 주식이 쌀인데다 매운 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기호와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이라는 판단하에 1969년 창립 제품으로 카레를 생산하게 됐다.

오뚜기가 카레를 생산할 즈음인 1969년 국내 시장에는 일본의 'S&B'와 '하우스 인도카레' 등의 제품이 있었다. 이처럼 외국산이 점령하고 있던 국내 카레 시장에서 순수 국내 브랜드를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뚜기는 외제 상품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은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카레 시장 석권을 목표로 철저한 품질관리와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1년 뒤에 경쟁사를 압도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식품업계 최초로 제조업체의 유통사원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의 구멍가게에 물건을 공급하는 루트 세일(Route Sale)을 도입하고 텔레비전·차량·제품 박스 등을 활용한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했던 것이 주효했다.

출시 초기 분말(가루)형태로 선보인 오뚜기 카레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형태도 다양화해 1981년 '3분 요리'라는 브랜드로 레토르트(방부제 사용없이 상온보존이 가능하게 만든 식품) 카레로 선보였다. 카레는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음식이었으나 가정에서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 때문에 쉽게 식단에 올리지 못하는 점에 착안해 선보인 제품이다. '3분 요리'는 출시되자마자 많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판매 첫해에만 400만개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분말 형태로 시작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획기적인 형태인 레토르트 형태로 발전해 오던 카레는 2004년 건강에 좋은 '강황'을 바몬드카레 약간매운맛 함량 대비 50% 이상 증량하고, 베타글루칸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 등을 원료로 사용한 오뚜기의 백세카레가 출시되면서 맛뿐 아니라 건강도 생각하는 카레로 더욱 진화했다. 지난 5월에는 발효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 인식을 반영, 접목한 명품카레 '백세발효강황카레'를 출시하는 등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이민하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