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사업 이외 이슈로 자꾸 발목이 잡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0일 만난 효성의 한 임원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전날 분식회계 혐의로 회사 측에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을 해임할 것을 권고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효성 임직원의 속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작년 회사를 떠난 조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계열사 경영진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등 회사 안팎이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고발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이 큰형인 조현준 사장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효성은 지난해 365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 추징금 ‘폭탄’을 맞은 여파로 올 들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심기일전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임원 출근 시간을 7시30분으로 한 시간 앞당겼다.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전무급 이상 각 사업부 대표가 모여 주간회의를 열고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주요 투자 결정은 주채권은행과 사전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관리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직원이 뛰고 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올 들어 효성의 실적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타고 있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화학업계에서 효성은 실적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주력인 스판덱스 사업이 호황이고 화학 부문도 원가 하락으로 이익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1년 이후 대규모 적자로 고전했던 중공업 부문도 올해 2분기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데 이어 3분기에는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전립선암 치료를 받은 조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로 부정맥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79세로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이달 초 효성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 사장이 전면에 나서는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1982년 47세의 나이에 고 조홍제 창업주에 이어 효성 회장에 올랐다. 조 사장은 올해 46세, 3남인 조현상 부사장은 43세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